기고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선풍기는 헐떡거리며

더운 입김만 토해낸다

 

체온보다 높은 짜증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무장 해제된 의지는

고장 난 시곗바늘처럼

제자리에서 멈칫거린다

 

풀어진다

녹아내린다

 

차돌처럼 박힌 관념도 풀어져라

눈먼 고집도 녹아버려라

 

세월의 톱날에

태양의 발톱이 잘려 나가는 날

그날 비로소

날카로운 시간을 건져내리라

녹아 풀어진 용액 속에서

한 줌 새 희망을 건져내리라

시인 김풍배
시인 김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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