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64

수협 공판장으로 쓰이던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새사용'중이다. 공간은 사용자 하기 나름이다.
수협 공판장으로 쓰이던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새사용'중이다. 공간은 사용자 하기 나름이다.

자주 쳐다보지 않은 꽃은 서둘러 져버린다. 바쁜 일상에 치여, 동그마니 부푼 봉오리의 방긋거림을 뒤로했다. 한발 늦게 기울어진 얼굴빛에 아쉬워해도 소용이 없다. 쉴 틈 없이 시간은 흐르고, 눈여겨보지 않은 사이 광택을 잃어간다.

자주 드나들지 않은 건축은 쉬이 퍼석해진다. 열고 닫고 쓸고 닦고 데우고 식혀야 한다. 마르고 닳도록 사용할수록 공간은 더 쫀쫀해진다. 여러 손길로 빚어내면 점차 은은한 광택을 얻는다.

학부 시절 자취할 집을 구하러 다닌 것이 큰 경험으로 남았다. 예기치 않았던 낯선 동네를 걸어서 탐방하고, 누군가의 집에 깊숙이 들어가 속속들이 뜯어보았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서 오히려 더 흥미로울 수 있었다. 다양하고 기막힌 장관을 접할 수 있었다.

수협 공판장으로 쓰이던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새사용'중이다. 공간은 사용자 하기 나름이다.
수협 공판장으로 쓰이던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새사용'중이다. 공간은 사용자 하기 나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서울 장충동 인근 목조 건물이 오롯이 기억난다. 곧은 길 끝에 영겁의 먼지로 덮여 있었다. 유럽의 건축양식을 닮았으나 규모는 아담했다. 자꾸만 시선을 끄는 터에 중개인에게 물었더니 오래 비워진 건물이라 한다. 분명 사연이 있을 테니, 괜스레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탐정 놀이와 같은 멘트와 함께.

건축은 꾸준히 사용되면서 사람과 합을 맞추어 간다. 새로 지은 건축물은 미세한 구조적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재료에서 균일하지 않은 부분이나 시공 시 허용 범위 내 오차로 발생하기도 한다. 치명적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균형이 맞춰지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때, 사람이 만드는 작은 진동으로 안정적으로 침착하게 대지에 눌러앉는다. 분갈이 한 화분에 빗방울이 스며들며 식물의 뿌리를 단단히 잡아주는 이치이다.

건축물의 관리와 보수도 인생사와 비등하다. 잔병치레하며 병원 문턱을 넘나들다 보니 결국에는 되레 장수한다는 '골골백세'와 빗댈 수 있다. 연식에 의해 사용감은 늘어날지언정 대형 결함을 키울 새 없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면 장수하는 건물로 남길 수 있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건축 아티스트 예술인 경력 등록/ 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 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 전) 시흥시 문화예술자치 연구소 기획자/ 현) 시흥시정소식지 시민명예기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건축 아티스트 예술인 경력 등록/ 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 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 전) 시흥시 문화예술자치 연구소 기획자/ 현) 시흥시정소식지 시민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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