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지곡면 도성리 가로림만
서산시 지곡면 도성리 가로림만

오늘도 비가 내린다. 연일 계속해서 쏟아지는 장마로 전국 곳곳이 물난리다.

가뭄 끝은 있으나 장마 끝은 없다. 3년 가뭄은 견뎌도, 한 달 홍수는 못 견딘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모두가 무탈해야 할텐데.......

문득 비 내리는 가로림만이 생각난다. ‘이슬이 모여 숲을 이루는 곳이라는 별칭처럼 비 내리는 가로림만은 앳된 소녀의 미소와 같다. 여기에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서산시의회는 지난 12일 제287회 임시회에서 가로림만 국가 해양 생태공원 조성사업 신속 추진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건의문에서 가로림만 국가 해양 생태공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균형발전,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가로림만의 생태 및 환경가치를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한 내용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이라는 용어가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이라는 말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정원법은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공원법은 국토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국가정원을 명문화했고, 국토부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서 국가해양생태공원을 정의했다. 이 경우 자연공원법2조에 따라 국립공원·도립공원 및 군립공원은 제외한다.

사실 국민들은 정원과 공원을 애써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녹색공간이 많아지면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느낄 뿐이다. 오는 1031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8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모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쯤 되면 정원과 공원의 경계는 이제 구분할 필요가 없고 같은 녹색공간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함이 옳다고 본다.

문제는 서산시의회가 건의문에서 밝힌 것처럼 대통령 공약이며, 국회의원, 도지사, 지자체장 공약인 가로림만국가해양정원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서산시는 해양수산부를 통해 해양정원 설계 비용으로 36억 원을 배정받았지만,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 타당성 재조사가 지연되면서 불용처리됐다.

20225월부터 진행된 타당성 재조사가 1년을 훌쩍 넘긴 이 시점에도 기약이 없다. 애초 충남도와 서산시에선 2022년 말 결과 발표를 위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 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엔 215000만 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통과가 될 경우 설계 및 발주까지 가능하다. 불용처리된 예산만 못해도 그나마 정부 차원에서 가로림만국가해양정원에 대해 무관심하지만은 않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올 9, 혹은 연말에는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도 희망사항이다.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은 멀리 조력발전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조력발전소 검토지시에 따라 정부는 1980년 가로림만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2006년과 2013년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했고, 2007년에는 조력발전소 건설 청사진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11년과 2012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6년에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마침내 발전소 건설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불거져 심각한 갈등도 빚어졌다. 충남도가 수습에 나서 47개 마을이 참여하는 주민협의회를 구성했고,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모색하게 됐다.

갯벌을 메워 산업단지나 관광위락, 주거시설 등 생태계를 파괴하고 훼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갯벌을 복원, 보전하고 이를 활용하는 쪽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번 가로림만국가해양정원 타당성재조사와 관련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은 예타를 면제하거나 조사방법을 대폭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정원은 갯벌의 복원과 보전, 최소한의 활용을 전제로 한 사업으로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의 조사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계서비스 가치가 연간 178,121억원(2020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 생산과 오염물질 정화, 지진·해일 등 재해 저감, 관광과 휴양 등의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가치를 기존의 예타 방식으로 평가하기는 무리다.

갯벌을 보전하면서 최소한의 개발을 하자는 것인데 수익성을 따지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슬이 모여 숲을 이루는 곳가로림만. 수익성을 전제로 개발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서산시의회의 건의문과 같이 시민의 목소리도 반영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중앙정부, 그리고 정치권의 예타 면제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

박두웅 전 서산시대 국장
박두웅 전 서산시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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