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존재들의 잔상-7

요즘 우리나라 농촌에서 실시되는 정부 수매는 벼, 보리, , 잎담배 정도지만 지난날엔 이 외에도 누에고치와 가마니도 수매를 했다. 이 정도는 70대 이상의 대부분 농민은 알고 있는 정부 수매 물품이지만 송충이 고치를 수매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송충이는 솔나방의 애벌레로 알에서 부화한 후에 4회 탈피로 5령이 되면 길이가 15~20mm이며, 굵기는 볼펜 심 정도이다. 소나무 밑부분과 표피 속에서 겨울을 나는데 추위에 얼어도 죽지 않고 봄에 날이 풀리면 솔잎 있는 잔가지로 올라가 솔잎을 먹기 시작한다.

요즘엔 송충이 피해가 없지만 지난날엔 송충이 피해가 극심하여 많은 소나무가 고사되었다. 해송(곰솔)과 리기다소나무는 송충이가 솔잎을 남김없이 갉아먹어도 송충이가 이동하면 다시 솔잎이 돋아나며 회생하지만 한반도 고유의 소나무인 금강송은 송충이 피해가 심하면 고사하게 되니 1960년대까지는 송충이 방제가 국가적 과제였다.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나무 위로 올라간 송충이는 솔잎을 먹으며 급격히 자란다. 8령이 되어 성숙해 지면 크기가 나무젓가락 굵기와 길이도 5~6cm 정도로 자라는데 몸에 쐐기처럼 독성의 털이 있어 사람 몸에 스치거나 송충이 주변에 가면 독이 있는 털을 날려 몸에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두드러기 증세를 일으키는 공격 능력을 갖고 있다.

송충이는 황색과 검은색,  흰색 등이 혼재한 몸 색깔과 불규칙한 긴 털로 갑자기 만나면 섬뜩하여 뒷걸음치게 된다. 이는 사람보다는 새들에게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진화한 걸로 보인다.

다 자란 애벌레는 누에가 고치를 짓듯이 송충이도 집을 짓는데 누에고치는 희고 단단하지만 송충이 집은 회색이고 집도 물렁거린다. 제 집을 방어하기 위해서 독성 있는 검은 털을 집 외부에 군데군데 붙여놓는다. 그래서 송충이 집을 건드리면 여지없이 피부질환 증세로 고생을 하게 된다.

집 속에서 나방으로 나오면 한 마리가 수백 개의 알을 낳게 되고 이 알이 부화하여 송충이가 자라면 내년 봄부터 소나무에 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이에 송충이 방제를 위해서는 번데기 상태에서 제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한 산림당국이 송충이 고치 수매를 실시하였다. 번데기 기간이  짧기 때문에 수매 일이 정해지면 더운 날씨에도 몸을 최대한 감싸고 집게와 깡통을 들고 송충이 고치를 채취하러 산으로 갔다

지금 같으면 천금을 준다 해도 송충이 독의 큰 고통을 감수하면서 수매에 응할 리 없지만 그 당시 그분들은 한국전쟁 시 생사의 갈림길을 걸었던 분들인지라 세상 쓸모없는 송충이 집을 돈 주고 수매한다니 감사히 생각하고 송충이 고치수매에 응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송충이 피해 방제엔 실속이 없어 송충이 고치 수매사업은 시범사업 후 중단되었다.

조상일 음암면 주민자치회 회장
조상일 음암면 주민자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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