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위손 ‘손은옥 대표’

아름다운 가위손 미용봉사 20년 손은옥 대표
아름다운 가위손 미용봉사 20년 손은옥 대표

미용업에 뛰어든 지 34년째인 손은옥 대표의 주말은 바쁘기만 하다. 휴일을 마다하고 미용재료 가방을 챙기느라 분주한 그녀는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늦게 가면 더위에 머리를 자르는 이용인도, 그녀 자신도, 또 그녀를 도와 미용봉사를 자처해 주는 가족들에게도 못 할 짓이기 때문이다.

수줍은 듯한 모습의 손은옥 대표가 미용업을 하면서 20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미용봉사를 한 지도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 그녀가 찾았던 곳은 서산시 팔봉면 1급 중증 여성장애인의 집.

장애가 심해 바깥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머리를 자르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찾게 됐다는 그녀는 남편(서산시장애인보호작업장 오금택 원장)과 함께 대상자의 집을 방문했는데 제 눈앞에 보이는 장애인 분의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어요. 머리를 자르는 내내 제 삶을 뒤돌아보게 됐죠. 그러면서 제 삶이 달라지게 됐어요라며 봉사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부터 한 달에 두 번, 꼭 가위를 들고 머리를 깎아주게 됐다는 손은옥 대표는 중증장애인과 장애인을 돌보느라 시간이 없어 바깥출입이 어려운 가족들까지 그 수만도 자그마치 30여 명 정도에게 따뜻한 손길을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가위손이다. 그러다 보니 봉사시간만도 2,000시간이 훌쩍 넘는 상황.

남편은 물론 아들과 딸 등 자녀들까지 대동하여 현장으로 달려가는 그녀에게 미용을 해주는 계기가 있었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미용봉사를 하는 손은옥 대표
한 달에 두 번씩 미용봉사를 하는 손은옥 대표

예전에 머리를 깎아주기 위해 우리 가족 네 명이 서산시 해미면에 거주하시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 댁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알게 됐어요. 너무 당황하고 놀랐는데 남편이 차분하게 우선 다른 집으로 가서 (머리)깎고 있으라. 나는 금방 따라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남아서 서산의료원에 전화하여 시신을 운구하게 한 뒤 우리가 봉사하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때 어쩌면 내가 해나가야 하는 일이 바로 미용봉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죠. 그때부터 봉사하는날 아침이면 벌떡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가게 되더라구요.”

재가방문 이·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돌아가신 장애인들만 10여 명 정도 된다는 그녀 손은옥 대표. 개별적으로 미용봉사를 하는 일과, 하면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그녀는 10년 전 일을 얘기해 주었다.

장애인들이 밀집하여 사는 아파트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합하여 머리를 잘라 주었어요. 그런데 인근 미용실에게 항의가 들어오더군요. 급기야 미용협회에서 자제요청이 들어왔었고요. 제 생각과 다르게 비친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집합 서비스를 포기하고 개별 방문하여 머리 봉사를 해드리게 됐어요.”

"제가 가진 것으로 봉사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손은옥 대표
"제가 가진 것으로 봉사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손은옥 대표

제가 가진 달란트로 봉사하지만 사실은 행복감이 더 커요

25세 때 경기도에 있는 미용학원에서 약 2년간 강사로 일을 한 적도 있는 손은옥 대표에게 미용은 과연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여자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직업! 그것이 바로 미용이죠. 상당히 매력 있잖아요.

그래서 과감하게 2017년에 미용실을 개업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현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운영은 가능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용기 내서 도전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미용실 운영은 소유주로서 남의 간섭을 받지 않아 자유롭기도 했고요.

누가 그러데요. 화장품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미를 가꾸는 것만으로도 돈 버는 일이라고요. 저도 그런 생각이었죠. 미용인 또한 나 자신도 스스로 가꿀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니겠어요.”

한때는 영업과 관련하여 미용봉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는 손은옥 대표. 장애인들이 미용실을 찾아와서 직접 머리 깎는 일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그녀는 그분들은 거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라 제 미용실에 오실 수도 없는 상태예요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손은옥 대표
아이들에게 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손은옥 대표

요양원에 계신 노인분들, 몸이 아픈 장애인 가정, 아동보호시설에서는 파마와 커트를 해주며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그녀는 제가 가진 달란트로 봉사를 하면서 그분들보다 스스로 받는 행복감이 더 커요.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똑같은 사람이지만 사회적 약자인 그분들을 챙겨나가는 것은 당연한 소임이라는 손은옥 대표. 그녀는 우리 사회가 통합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돕고 사는 게 정상적인 도리라고 강조했다.

올 한 해 소망을 묻자 그녀는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건강해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그래야 힘닿는 데까지 남편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지 않겠어요.”

부끄러워하는 듯한 그녀의 미소 뒤로 옅은 구름이 둥실 떠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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