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서산시대 전 국장
박두웅 서산시대 전 국장

천수만을 가면 우연찮은 기회에 꿩을 자주 만난다.

꿩 새끼가 길에 나와 놀다가 깜짝 놀라 풀숲으로 숨는다.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니 어미 꿩이 머리를 풀숲에 처박고 숨어 있다.

귀엽다고 해야 할런지? 우스꽝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꿩은 몸은 밖으로 내놓은 채 머리만 숨기고 자기 눈을 가린다. 내가 안 보이면 남도 나를 못 본다고 믿는 꿩의 모습을 새끼도 따라하니 걱정이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문제에서 직접적인 당사자에 해당하는 어민들과 수산시장 상인 사이에서 찬반 갈등이 일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경남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최근 충청권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전국 수산 1번지로 불리는 경남 통영의 경우 올해 초까지 원전 오염수 성토중심에 있었다. 지난해에는 어선 250여 척이 한산대첩 의미를 담고 있는 이순신공원 앞 해상에 모여 전국 최대 규모 해상 시위까지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통영 방문 이후부터 분위기는 반전됐다. 윤 대통령의 12회 수산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후 천영기 통영시장은 원전 오염수 문제에서 떠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수산업 관계자들도 우리가 시위한다고 해서 일본이 방류를 안 하겠나”,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 “일본이 조용한데 우리가 굳이 떠들 필요 없다등과 같은 말을 쏟아냈다. 일부 어민들은 위험성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떠들어서 어민들이 힘들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거론 자체를 불편해하고 있다.

충청지역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산태안시민행동 등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일부 어민들과 상인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제기할수록 수산물 시장만 어려워진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어민과 상인들이지만 당장 눈앞의 수산물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그들도 안다. 정부에서는 오염수 방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들이 괴담이라고 재단하지만, 애당초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하지 않고 육상처리를 한다면 누구도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안다. 더 나아가 괴담으로 치부하기에는 100%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안다. 어디 바다가 강물처럼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가. 태풍이 불면 뒤집어지고, 어류의 이동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또 후쿠시마 항만에서 발견된 세슘 180배 오염된 우럭도 걱정이다. 오염수 방류 안정성을 주장하면서 일본 수산물 수입을 계속 막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장 방류가 시작되면 후쿠시마 어민들과 주민들, 그리고 후쿠시마현과 인근 미야기현, 이바라키현 어민들의 생계는 벼랑 끝으로 몰린다. 일본 정부가 거액의 보상금을 준비하고 있지만 622일 어민과 유통상인들에 이어 최대 어업조합까지 나서 방류 반대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일본 전국의 연안 어업협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2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후쿠시마현 주민들도 후쿠시마현 청사 앞에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해산물을 취급하는 유통업자들도 방류 반대 입장에 동참하고 있다. 후쿠시마현과 인근 미야기현, 이바라키현 등 3개 현과 홋카이도의 어업단체 간부들도 최근 정부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일본 내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이 정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니 아이러니하다. 후쿠시마 어민들은 머리띠를 둘러매고 반대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데 이웃의 고통에 대해 남몰라 하는 모습에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을 유도하는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이 무섭다.

괴담은 일본 어민들조차 방류를 찬성할 경우에나 맞는 말 같다.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은 괴담이라며 방류 반대를 거짓선동이라 규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산물 시장에서 예상되는 매출감소의 원인은 분명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있다. 오히려 괴담으로 인해 매출감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정치 선동에 가깝다.

경제적으로 봐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육상처리해야 한다. 반감기가 감소하여 정상적인 방류까지는 채 30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인류의 건강과 후손에게 물려 줄 바다 환경의 훼손, 그리고 수산물 시장의 추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금액으로 치면 추정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당장의 오염수 처리비용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비용이겠지만, 파급되는 경제적 손실은 국제적이며 천문학적이다.

우리 어민들과 수산시장의 피해는 누가 배상해야 할까. 일본이 배상에 동의할까.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 역시 요구할 생각조차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에 고개 돌린 어업인들. “괴담으로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 마치 머리만 풀숲에 감추는 꿩의 모습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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