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62

오랜만에 보아도 설렌다. 건축을 사랑하게 해 준 건물이 오래도록 잘 사용되어 주면 좋겠다.
오랜만에 보아도 설렌다. 건축을 사랑하게 해 준 건물이 오래도록 잘 사용되어 주면 좋겠다.

금빛으로 번쩍이던 여의도의 고층 건물을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한강 고수부지의 계단에 서서 넋을 놓고 목을 주물러가며 한참 동안 우러러보았다. 그날의 날씨. 공기의 촉감. 입었던 옷까지 떠오르는 걸 보면 오래도록 안고 갈 핵심 기억이다.

그 건물을 본뜬 금색 저금통 기념품을 책상 위 시선이 거쳐 가는 곳에 두었다. 몇 년간 자리를 지킨 덕분일까? 결국 빌딩의 우월한 뽐내기에 반해 건축에 발을 들였다.

첫 시작은 멋있음이었다. 깊이 살펴보아야 확인할 수 있는 여타 기술에 비해 건축은 겉으로 드러내기 유리한 부분이 있다. 높거나 크게 지어서 이목을 끄는 것이다. 지방 소도시 출신 어린이는 초고층의 존재감에 제대로 감명받았다. 그리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노량진 시절에도 눈에 차오르던 찬란한 반짝임 덕에 목표 의식을 불태웠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현재의 방향성은 꽤 달라졌다. 정작 건축에 깊이 빠져들게 된 계기는 으리으리함과는 반대의 모습이었다. 학부 시절 한창 생태건축을 배우고 있을 때였다.

토지 위에 미리 만들어진 덩어리를 내려놓은 듯한 현대식 건물 사이. 땅과 엉겨 붙어버린 듯, 살짝 뭉개진 지반과의 경계 속에 싱그러운 수목을 두르고 있는 오래되었지만, 생기 있는 한옥을 보았다. 몇 가지 현대식 건축 요소가 가미되어 깊이 예쁨 받고 있음이 느껴졌다.

두터운 오버사이즈 출입문은 부식 철판 마감에 세련된 건축 관련 레터링이 그득했다. 자칫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할 뻔했다. 그렇게 용기를 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글과 사진만으로 배우던 생태건축의 힌트 조각을 본 기분이었다.

과연 현재의 친환경 건축은 자연과 환경을 위하고 있음이 분명한가?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기술은 안정화 단계인가? 비효율과 부적합한 친환경 기술력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장맛비 사이를 운치 있게 걷다가 이어질 폭염에 연이어 무용지물일 태양광 발전패널을 보니 입이 쓰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연과 건축의 공존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웅장한 건축물을 보며 꿈을 키우던 꼬마의 마음이 살짝 변했다. 이제는 인간이 자연을 적게 침범하고, 이미 마련한 공간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건축 아티스트 예술인 경력 등록/ 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 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 전) 시흥시 문화예술자치 연구소 기획자/ 현) 시흥시정소식지 시민명예기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건축 아티스트 예술인 경력 등록/ 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 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 전) 시흥시 문화예술자치 연구소 기획자/ 현) 시흥시정소식지 시민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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