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태극’ 신루트를 그리는 남자...“산은 가장 편한 쉼터, 좋은 곳은 함께 해야죠”

 ‘팔봉산 지킴이’ 서산시산악연맹 조풍현 회장
 ‘팔봉산 지킴이’ 서산시산악연맹 조풍현 회장

지난 주말 만난 팔봉산 지킴이서산시산악연맹 조풍현 회장은 정상에서 멋진 조망을 바라볼 때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피톤치드의 살균효과와 산의 정기까지도 나 혼자만 누리기에는 너무 미안할 정도로 좋은 곳이 바로 산이라며 주위분들과 친구들에게 자주 산행을 권한다. 산행을 할 때마다 어제와 또 다른 특별한 순간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2008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는 조 회장은 산에 올라 정상에 서 보면 찡그리는 사람 하나 없이 표정들이 다 밝다그곳에는 승부욕도 없고. 지위가 높고 낮든, 돈이 있든 없든 모두 친구가 되는 곳이 바로 산이라고 16년 지기의 산악예찬론을 펼쳤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후 기념촬영
백두대간을 종주한 후 기념촬영

Q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산악인들의 로망인 백두대간을 2회 종주, 금북정맥을 종주하였으며 국내 큰 산들을 종주산행하고 계신다. 산이 휴식처라고 하셨는데 13개의 발톱이 모두 빠질 정도로 종주산행을 즐기며 16년 동안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고향 팔봉산을 지키며 보존하기 위해 팔봉청년회를 창설했다. 벌써 23주년이 됐는데 소감을 말씀해 달라.

내 고향이 바로 서산시 팔봉산 자락에 있는 양길리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팔봉초, 팔봉중, 서령고등학교를 다니며 팔봉산의 정기를 받고 자랐다. 그러다 보니 산은 자연스럽게 내 안에 품고 살아가는 존재 같다.

그래서인지 팔봉산만 보면 시설·정비가 부족해 안타깝다.

지금으로부터 23여년 전에는 이보다 더했다. 특히 교통편과 부대시설이 매우 불편했다. 산악회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보니 팔봉산을 찾는 사람들도 적었다.

그때 우리 지역 명산은 우리가 지키자는 뜻으로 선배와 친구 2~3명과 주축이 되어 지금의 팔봉청년회를 창설했다. 현재 회원은 대략 30. 23년간 정기적으로 팔봉산 환경정화활동을 연간 2, 40회 이상 진행하였고, 특히 서산지역 봉사단체인 서산로타라클럽과 함께 응급구급함도 4개소에나 설치하여 운영 하고 있다.

서산의 얼굴인 팔봉산인 만큼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도록 꾸준히 지켜나갈 예정이다.

서산시 인공 암벽장 건림유치를 위한 도비산 기원산행
서산시 인공 암벽장 건림유치를 위한 도비산 기원산행

Q 대한산악연맹이 벌써 62주년을 자랑하고 있으며 특히 동·하계 올림픽 종목을 보유한 유일한 경기단체이기도 하다. 하계올림픽으로는 스포츠 클라이밍과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는 산악 스키를 꼽을 수 있는데 회장님의 어깨도 상당히 무거울 듯하다. 우리 서산시산악연맹에서도 혹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지.

서산 팔봉산에 자연암장 클라이밍을 만들 수 있는지 전문가와 찾아보고 조사하고 있다. 아마도 1봉이 적격이란 생각이 든다. 현재 산악연맹에 가입된 스클라이밍~스산이 가야산에 사유지 허가를 받아 암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실 전국적으로 봐서도 자연 암장을 개척해서 만드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클라이밍은 세계적인 스포츠이며 국내에서도 인기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엘리트체육의 육성 일환으로 충남의 각 지자체마다 인공클라이밍장이 건립되어 운영 중에 있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서산에는 인공클라이밍장이 없어 아쉽다. 현재 많은 시민들이 클라이밍장의 필요성을 건의하고 있고, 나 또한 건립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왜 예산을 낭비하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만져보고 눈으로 보며 체험을 해야 많은 관심과 스포츠종목으로써 육성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활용도는 각종 세계적인 대회 유치용으로 사이즈에 맞춰 놓는다면 우리 서산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또한 소방서와 연계하여 응급구조훈련도 할 수 있다.

서산시산악연맹의 ‘팔봉산 등산로 개선을 위한 산행’ 단체사진
서산시산악연맹의 ‘팔봉산 등산로 개선을 위한 산행’ 단체사진

Q 회장님께서는 팔봉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부분을 말씀해 달라.

팔봉산 입산 들머리 길이 사유지개발로 인해 좌우로 파헤쳐져 입산의 즐거운 기분을 상하게 함과 동시에 팔봉산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서산시의 명산이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차장에서부터 직선 코스를 만들어 1봉에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1봉을 경유하기엔 힘든 면이 있다. 풍경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왼쪽으로 꺾어 바위틈으로 비집고 정상으로 올라가야만 하다보니 안전상 문제도 크다.

또 눈에 잘 띄지 않으니 경유하지 못하고 바로 2봉으로 가버리는 경향도 있다. 차라리 현재 길 외에 1봉으로 올라가는 길을 새롭게 만든다면 상당히 예쁜 길이 탄생할 것이다.

또다른 부분은 관리와 개선의 문제다.

서산에 있는 산은 부춘산, 팔봉산, 가야산, 도비산 등이 있다. 그중에서 서산 9경 중 5경이 바로 팔봉산이다. 가야산은 타 시·도 경계에 위치해 있고, 팔봉산만은 온전하게 서산권에 있는 산이다. 그럼에도 관리와 개선의 의지가 없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 산들을 다니며 시설관리와 환경을 비교해 보아도 그렇다. 팔봉산을 등반하다 보면 푯말도 쓰러져 있고, 데크가 깔린 부분 중 일부는 부서진 채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만 어디다 무슨 사업을 하겠다고 말씀들을 하지만 정작 서산시민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을 챙겨야 한다.

특히 외지에서 많이들 찾는 팔봉산은 철계단 및 스테인리스 계단이 웬말인지 모르겠다. 태안에서 오다 팔봉산을 쳐다보면 (스테인리스 계단)햇빛에 비쳐서 정상부에 거울이 있는 듯 반짝반짝하다. 겨울철에 스테인리스 계단은 미끄럽기까지 하니 잘못하다가는 그냥 쫙 미끄러져 종종 사망사건으로 이어진다. 참고로 철계단 지지대도 부식됐다.

심지어 3봉 마지막 올라가다 보면 경사가 너무 급해서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조차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전체적으로 등산로를 손볼 필요가 있다.

서산시산악연맹 조풍현 회장
서산시산악연맹 조풍현 회장

Q 많은 곳을 산행하다 보면 부러운 곳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는지?

영남알프스는 최고봉인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8개 봉우리로 면적 249며 울산 울주, 경남 밀양과 양산, 경북 청도 등과 접해 있다. 또한 다양한 동식물 자원과 문화재 57개소 등 역사문화자원 등이 있어 해마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영남알프스는 KTX 고속철도로 접근성이 양호해 찾는 사람이 많고 울산시와 울주군이 영남 알프스 산악관광 마스트플랜에 따라 하늘억새길 개통 및 산사음악회 등 각종 콘텐츠를 도입해 관광객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영남알프스 중 실크로드 100km를 종주했다. 이곳은 2009년쯤 울산의 모 산악회에서 개발한 종주 코스로, 가을날 하늘거리는 억새광경을 보고 마치 비단(실크)처럼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여 실크로드라고 불린다고 전해졌다.

말처럼 잘 가꾸어진 그곳을 다녀오는데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 부러웠다. 그만큼 3개 시·도에 접해 있기 때문에 시·도 마다 투자를 많이 했을 것이고, 또 투자한 만큼 멋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 서산도 향후 가로림만해양정원을 계획하고 있는데 해양정원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팔봉산에 전망대와 주변 정비를 하여 지역발전에 열정을 쏟는 다면 어떨까. 가로림만해양정원의 풍경과 팔봉산의 풍광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서해의 보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지리산 천왕봉을 찾은 서산시산악연맹 조풍현 회장
지리산 천왕봉을 찾은 서산시산악연맹 조풍현 회장

Q 홀로 산행하면서 겪었던 일들도 많았을 텐데 기억나는 일과 산행 시 주의사항이 있다면.

산행하면서 여러가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여분의 스마트폰 밧데리, 여벌 옷, 렌턴, 고열량 간식과 응급약품은 필수다. 무엇보다 혹시 길을 잃으면 일단 긴장하지 말고 걸어온 데로 되돌아가거나 밤이 되면 북극성을 보고 주변 나뭇잎과 가지의 치우침의 방향을 살피며 가야 한다. 특히 물을 만나면 그 물줄기를 계속 따라 내려가다 보면 민가가 나온다.

기억나는 일이 있다. 어느날 혼자 백두대간의 일부 구간을 타고 있었다. 날은 뜨겁고 목은 마르고. 그런데 그만 물이 떨어져 버렸다. 그런데도 또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싶어 무리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역시 하느님이 날 살렸구나!’ 싶어 빗물을 받아먹었다. 그렇게 발길을 옮기는 데 엄청난 비와 쏟아지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정상으로 내딛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정상까지 겨우 올라갔을까 갑자기 하늘이 새카맣게 변하더니 호랑이가 굉음을 내는 듯한 천둥번개와 무서운 빗줄기가 온 산을 무섭게 뒤덮었다. 그때가 아마도 서울 양재동아파트 산사태가 일어난 날로 기억한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겁에 질려 어떻게 하산했는지 미끄러지듯 내려왔던 기억이 선하다. 그리고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비가 그쳤고, 민가 밭에는 고라니가 큰대자로 누워 나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말이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산이 뾰족하게 생겼는데 그곳에 먹구름이 걸려있는 게 아닌가. 그것이 화근이 되어 집중 폭우를 내린 거였다.

그리고 또 한번은 종주산행 중 길을 잃어 헤맨 적이 있었다. 그때도 혼자였다. 빨리 먹고 움직여야 하니까 간단하게 챙겨왔더랬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원래 먼 장거리 산행을 할때 크림빵 몇 개와 초코우유, 물을 가지고 간다. 그리고 힘들면 등로(登路) 중에 앉을 자리가 편한 묘지에서 잠시 쉬기도 한다.

새벽 1시인가 2시 정도 될 무렵이었다. 백두대간을 타고 있던 찰나에 산꼭대기에 마침 묘 하나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숲을 헤치고 길을 나섰다. 1시간가량 걷다 보니 또다시 비슷한 묘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어 이상하다. 똑같은 묘가 또 있네그리고 또다시 가지를 헤치고 걸었는데 또 똑같은 묘지가 나타났다.

날은 어두워졌고 랜턴에 몸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그렇게 몇 바퀴를 뱅글뱅글 돌았던 것 같다. 멘붕이 왔다.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묘지 옆에 기대 웅크리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게 됐다. 알고 봤더니 랜턴은 시야를 좁게 해주다 보니 다른 곳을 비춰주지 않았다. 조금 넓은 길만 보려는 마음에 계속 그 길로만 따라 걸었고, 그러다 보니 같은 자리로 3~4회 계속 회귀를 했던 것이다. 다른 길이 있다는 걸 감지하지 못했다.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산행은 다녀온 분들과 가야하고 무엇보다 긴장하면 안 된다는 걸. 그리고 큰 산에 가려 무조건 보조배터리 여분을 꼭 챙겨가야 한다. 만약 건전지에 비나 우박이 쏟아지면 물에 젖을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방수할 수 있는 것을 챙겨야 한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조풍현 신임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조풍현 신임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한산악연맹 박영석 대장이 20103월 안나푸르나 남벽, 영국 루트와 일본 루트 사이에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려고 했다. 그런 것처럼 나 또한 서해태극을 개척하려 한다.

여러번 서산의 산들과 봉우리들을 이어서 코스를 그려보았고 길을 걸어 보기도 했다. 바로 팔봉산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팔봉산~인지금강산~옥녀봉~음암간대산~운산목장지~가야산~해미읍성으로 내려오는 50km 길이다. 그게 바로 서해태극이다. 인공위성에서 찍어보면 팔봉면 양길리에서 해미읍성까지의 그림이 바로 태극 모양으로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서산연맹이 산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발전되기를 바란다. 서산에는 산을 좋아하시는 산악인들과 산악회들이 많다. 서산시산악연맹이 이분들과 늘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며 아울러 이분들 또한 산악연맹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불어넣어 주신다면 서산시와 더불어 상생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서산 시민 여러분들이 산과 함께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산은 건강한 심신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다. 그렇다면 이왕 다닐바엔 많은 분들이 서산시산악연맹 회원으로 입문하여 함께 다녀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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