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향의 여행스케치-④

서산보원사지
서산보원사지

서산에 살면서도 국보와 보물이 있는 보원사지를 구경하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수학여행이나 여름철 계곡을 찾기 위해 어부지리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역사를 알기 위해서 찾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을 듯하다.

초록이 아름다운 날, 서산의 작은 거인들(?)과 보원사지를 찾았다. 드넓은 잔디 광장의 파노라마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햇살이 따가웠다. 용현계곡 초입의 마애삼존불 미소가 보원사지까지 전달됐는지 눈이 부실 정도로 쨍한 풍경이 가슴을 흔들었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100번지에 우뚝 서 있는 보원사지 당간지주’! 위용을 자랑하며 하늘을 이고 우뚝 서 있는 것을 보노라니 보원사지가 얼마나 찬란한 곳이었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보원사지 오층석탑
보원사지 오층석탑

신라시대 절터였던 서산보원사지. 이곳에서는 백제 금동여래입상, 철조여래좌상, 철불좌상 등이 출토됐고, 나아가 석조, 당간지주, 오층석탑, 법인국사탑, 법인국사탑비 등이 보물로 지정되어 드넓은 잔디 위에 펼쳐져 있다.

오래된 지인은 보원사지의 전경은 아름답지만 왜지 슬프다.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복원하는 것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뼈 때리는 소리를 했다.

보원사 정범 주지스님과 왼쪽부터 김은혜, 최미향, 김수현, 김영신 일행이 보원사지를 찾았다. 
보원사 정범 주지스님과 왼쪽부터 김은혜, 최미향, 김수현, 김영신 일행이 보원사지를 찾았다. 

마침 잿빛 승복을 입은 보원사 정범 복원추진위원장님께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연잎차를 권했다. 우리는 목마른 터라 구수하면서도 녹차처럼 쌉쌀함이 느껴지는 은은한 차를 마셨다.

우리 운산면 가야산에는 국보 1점과 보물 21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반경 5km 안에 여기 보이는 것이 모두 다 보물이죠. 특히 이곳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석조로 된 돌 유물만 남아 있어요. 종이,나무,청동으로 된 유물들도 있었을 텐데요.

발굴된 유물들은 현재 용산국립박물관, 공주부여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전시 또는 소장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서산에 박물관이 아직 없어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것인데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리 서두르지 않은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고요"

캠플스테이(캠핑+템플스테이)를 하기 위해 모인 청년들
캠플스테이(캠핑+템플스테이)를 하기 위해 모인 청년들

스님 말씀을 경청하는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았다.

가야산 자락과 연결되어 있는 보원사지. 이곳은 캠플스테이(캠핑+템플스테이)로 이미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반딧불이와 하룻밤이라는 테마로 휴식형 포막생활체험을 열어 청년들의 건강한 걸음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마음 숲길 걷기, 서원탑, 서원등 만들기, 캠핑(포막생활) 체험은 마애삼존불과 내포문화숲길 연계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반딧불이가 아름다운 보원사지(사진 이지환)
반딧불이가 아름다운 보원사지(사진 이지환)

반딧불이와 밤새 뛰어놀던 추억을 공유하는 일행들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곳에 반딧불이가 많으냐고 물었고, 스님은 반딧불이는 다슬기를 좋아해 저기 보이는 계곡에 수만 마리 다슬기를 미리 뿌려 두어 반딧불이를 유인하고 있다고 긴 팔을 들어 가까운 개울을 가리켰다.

우리 사는 가까운 곳에 반딧불이라니. 자고로 반딧불이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산다던데 바로 서산보원사지가 이런 곳이구나!

김영신 박사의 플룻 연주
김영신 박사의 플룻 연주

함께 한 일행 중 김영신 박사가 드넓은 3만여 평의 잔디밭에서 천년고찰의 기운을 받아 산사 작은음악회를 즉석에서 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사랑하자는 영원한 사랑’.

맛난 음색의 플롯 선율이 여름 초록과 천년고찰의 보물들, 함께 한 이들의 아름다운 미소와 어울려 역사 속으로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과거의 발전을 계속 누적시켜나간다고. 과학도 결국은 역사 속에서 발전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오른쪽부터 김수현 최미향=수향의 여행스케치
오른쪽부터 김수현 최미향=수향의 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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