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서산시대 전 편집국장
박두웅 서산시대 전 편집국장

디지털 혁신시대. 한 사람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불가능하다.

만기친람임금이 온갖 정사를 일일이 몸소 다스린다는 뜻으로 <서경>에 나오는 글이다.

만기친람의 병폐는 진시황(기원전 246~210)으로 올라간다.

진시황 시대의 방술사인 후생은 노생과 대화를 나누며 진시황을 이렇게 비난했다.

진시황은 예부터 자기보다 나은 자가 없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천하의 크고 작은 일이 모두 황제에 의해 결정됩니다.(天下之事 無小大皆決於上)”

그는 진시황은 하루에 읽어야 할 결재문서의 중량을 저울질해서 처리하고 있다(上至以衡石量書)”며 권세를 탐하는 것이 이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역사서를 보면 만기친람의 병폐는 지위의 높고 낮음에 있지 않았다.

대신들은 황제가 결정한 일만을 명령받고 있소이다. 모든 일은 황제에 의해서만 결정·처리되고 있다는 겁니다. 황제는 자신의 허물을 듣지 않고 날마다 교만해지며 아랫사람은 황제의 비위만 맞추고 있소. 황제의 허물을 직언하지 못하고.”(<사기> ‘진시황본기’)

우리는 장관들은 눈을 내리깔고 받아쓰기에 급급한 모습에 익숙해 있다. 각료와 비서진조차 대통령의 말씀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관료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행정을 능동적으로 펴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곳에서는 권력을 향한 아첨만 난무하고, 소아병적 영웅주의만 득세한다. 하물며 행정 규모가 훨씬 작은 지자체의 경우 그 폐해는 사소한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융합의 시대, 자신의 손안에 있는 모바일 하나조차 제대로 이해하기도 벅찬 시대다. ‘큰바위 얼굴은 과거의 신화일 뿐이다. 요즘 시대 내가 다 한다는 욕심은 시대에 뒤떨어진 오만이며 탐욕일 뿐이다.

이미 한두 사람의 지도자나 관료가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세상일이 너무나 복잡해졌다. 하루 24시간 밀려드는 사안은 내용은커녕 그 사안의 개념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측근 몇 사람의 말이 여론이 되기 일쑤고, 판단은 치명적인 오류가 된다. 또한 매사에 직접 관여하는 리더의 이런 자세는 부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조직을 침체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자신의 능력을 믿고 모든 일을 다 처리하는 부지런함보다는, 아랫사람들에게 업무를 이양하고 그들이 잘하도록 지원하는 자세가 훨씬 더 필요하다.

지도자는 작은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크고 원대한 계획을 세워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면서 까지 일에 몰두하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것이 결코 자신과 조직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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