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한 집단 학살

한국전쟁기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살해된 유해발굴 개토제가 10일 '서산시 갈산동'에서 열렸다.
한국전쟁기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살해된 유해발굴 개토제가 10일 '서산시 갈산동'에서 열렸다.

 

“‘왜 쏘았니? 왜 찔렀니? 트럭에 싣고 어딜 갔니?’ 이 말은 5월가 가사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일들이 벌써 72년 전에 있었다는 거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5.18이나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나 지금까지 국가가 자기들은 학살자고, 가해자고, 방관자고, 묵인자다인정하는, 그런 용기 있는 대한민국 정부와 정권을 보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슬픈 나라입니다. 지금이라도 국민들로부터 진실되게 용서받아야만 대한민국이 하나 되고 통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윗글은 충청남도 유족회 김용일 회장이 서산 갈산동 176-4번지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에서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다.

충남유족회 김용일 회장
충남유족회 김용일 회장

서산유족회는 지난 10일 서산시 갈산동 176-4(안견로 558-13)에서 유족대표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관계자, 한국선사문화연구원, 동방문화재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관련 유해발굴 개토제가 열렸다.

동방문화재연구원 이호형 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유족회장 인사와 제례, 추모사, 발굴조사계획 설명, 시삽 등의 순으로 이어졌으며, 참석자로는 정명호 서산유족회장 및 유족, 김용일 충남유족회장, 김일환 서산시자치행정과장, 이정수 서산시의원 등이 참석하여 발굴 작업의 안전과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임나혁 전문위원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임나혁 전문위원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임나혁 전문위원은 추모사를 통해 오늘 서산 갈산리에서 6.25 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으로 개토제를 갖게 됐다며 추모사를 낭독했다.

황찬순 유해발굴추진위원장은 여기까지 오기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습하고 냉한 곳에서 가족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겠냐.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묻힌 영혼들이시여, 70여 년 만에서야 유해발굴을 이곳 갈산 교통호에서 두 번째 삽을 뜨게 됐다고 한탄했다.

끝으로 불효한 자식들을 용서하시고 발굴을 통해 마지막 한 분이라도 끝까지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축문했다.

이정수 서산시의원이 추모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정수 서산시의원이 추모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정수 서산시의회 의원은 추모사에서 한국전쟁의 비극이 있은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뼈아픈 과거의 상흔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민간인 희생자분들은 총부리의 위협에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선량한 주민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어디 하소연할 곳 없던 인고의 세월을 견디신 유가족분들의 응어리진 한 또한 참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한 희생자분들의 명예회복과 유가족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과거를 반성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방문화재연구원 이호형 원장은 현장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서 정성껏 발굴해서 모시도록 하겠다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사한 면적보다 많이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명호 회장이 제를 올리고 있는 모습
한국전쟁기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살해된 유해발굴 개토제가 10일 '서산시 갈산동'에서 열렸다.

서산유족회 정명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갈산동 교통호 유해 개토제의 날이지만 마음이 착잡하고 여러 가지로 편치 않다. 희생자들이 어떠한 입장에서 희생이 되었는지 문제점이 자꾸 머리에 떠오른다그동안 우리 유족들이 살아온 경로, 어떠한 불의에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 우리 유족들이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오늘 개토제를 맞이하면서 우리 유족들이 더욱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의 가일층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살해된 유해발굴 개토제가 10일 서산시 갈산동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발굴작업에 앞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살해된 유해발굴 개토제가 10일 서산시 갈산동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발굴작업에 앞서 첫 삽을 뜨고 있다.

민간인 학살자 유해발굴과 유해처리 방법

“ 150여 명의 신청인 전원의 진실규명에 최선다할 터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서산유족회 정명호 회장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서산유족회 정명호 회장

서산시의 학살지역 숫자와 현재 발굴 예정인 민간인 학살자 유해발굴과 유해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서산유족회 정명호 회장은 한국전쟁 전후 이승만 정권이 30여 곳에서 학살한 서산시의 민간인만도 무려 2천여 명이라며 최다 학살지역은 성연면 일람리 메지골에서 400여 명, 양대리 다리 및 삼구다리에서 200여 명, 현재 발굴지역인 갈산동 교통호 200여 명이며, 그밖에도 각 면의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 공동묘지 주변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현재 학살지인 갈산동 교통호에는 서산경찰서에 연행된 서산읍 거주자 및 인근 인지면, 음암면, 지곡면 거주자들이 학살된 곳이라며 발굴된 유해는 진실화해위원회와 협의하여 세종시 추모공원에 임시 안치한 후 대전 동구 낭월동에 진행 중인 추모공원에 영구 안치할 계획이다. 유전자 감식도 병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쟁기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살해된 유해발굴 개토제가 10일 '서산시 갈산동'에서 열렸다.
한국전쟁기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살해된 유해발굴 개토제가 10일 '서산시 갈산동'에서 열렸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앞으로도 숙제는 많다현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진실규명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150여 명의 신청인 전원이 진실규명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서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은 민간인들이 한국전쟁 당시인 195010~123개월간 인민군에게 부역을 했다는 이유로 해군과 서태안경찰에게 갈산리 교통호를 비롯한 최소 30여 곳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된 사건이다.

1기 진실화해위는 2008년 해당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으며, 이 사건의 희생자는 977, 희생 추정자는 888명으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 결과 민간인 최소 1865명이 희생된 것으로 판단지만 다수의 희생자가 기록에서 누락돼 실제로는 2천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김일환 서산시자치행정과장
김일환 서산시자치행정과장
이정수 서산시의원
이정수 서산시의원
동방문화재연구원 이호형 원장
동방문화재연구원 이호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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