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전 서산시대 국장
박두웅 전 서산시대 국장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안 개구리라는 사자성어로 넓은 세상을 알지 못하고 저만 잘난 줄 아는 사람을 일컫는다. 중국 고사 장자의 추수편에 나오는 말이다.

지역이 폐쇄적이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일반 시민사회는 물론 공직사회까지 끼리끼리문화가 있고, 상대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배타적이다.

그러다 보니 꼬투리 잡기 식 행정이 규정과 절차라는 핑계를 앞세워 민원을 미루기 일쑤고, 여기에 보이지 않는 갑질’, ‘끗발이란 완장이 구렁이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다. 관을 상대하려면 연줄을 찾고 친분을 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지역현안에 대해 대안을 찾기보다는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가 앞선다. 언제부터인가 중앙의 몹쓸 갈라치기 정치풍토가 지역에까지 깊게 스며들었다.

우물 밖의 세상은 융복합의 4차산업 시대를 맞고 있다.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빗장을 닫아걸고 있기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지역사회,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개방과 수용의 사회가 절실하다.

우리는 편협한 아집과 속 좁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구리가 우물 안을 떨쳐 나와 바다를 아우를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에 대한 자각과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한 절실함이 필요한다.

최근 이완섭 서산시장은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순천시를 팀장급 이상 100여 명과 함께 둘러봤다. 앞으로 두 차례 더 직원들을 다녀오게 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열심히 여기저기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그렇게 해서 서산도 새롭게 바꿔가겠다고 다짐했다.

서산시는 대한민국 제1호 가로림만국가해양정원을, 또 철새도래지 천수만의 세계 생태관광 명소화를 꿈꾼다. 국가정원 1호는 순천시, 해양정원 1호는 서산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이번 서산시 공무원들의 순천시 방문은 세계적인 생태도시 서산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다면 시 전략부서 공무원들은 순번을 정해서라도 정원박람회가 열리는 내내 체류하며 순천시에서 서산시의 미래를 그리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이번 기회에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순천 낙안읍성과 동편제, 고창읍성과 서편제, 그리고 서산 해미읍성과 중고제 판소리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상호 시너지 창출.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전략도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생태수도 순천의 동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라는 물음에 해답을 찾아야 한다.

순천은 제1호 국가정원 이전에 인문학의 도시다. 도시 곳곳에 작은 도서관이 넘친다, 부모와 아이들은 작은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다.

서산은 어떨까. 서산시는 범시민 한 책 읽기 운동을 2003년 전국 최초 시작한 도시다. 올해로 21년째다. 중앙도서관 입지 문제에 대한 논란 또한 미래 서산을 위한 성장통이다.

서산시와 순천시는 많은 부분이 닮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많은 부분이 다르다. 우선 순천에는 대한민국 제1호 기적의 도서관이자 어린이 전용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이 있고 원도심 재생에 나서면서도 우선적으로 식당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 한옥글방을 만들었다.

또 순천시에는 수백명의 자원활동가들이 민민거버넌스에서 활동한다. 그를 기반으로 민관거버넌스가 작동하고 있고, 주민주도형 사회분위기와 이에 함께 한 헌신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공무원들이 있다.

순천만 조성이 처음부터 주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순천만에서 어로 활동을 하거나 농사를 짓는 습지에 인접한 11곳 마을 주민 대부분은 2003년 순천시가 순천만 일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갈대를 불태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2006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할 때와 2009년 생태계보전지구를 지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3명의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헌신은 눈물겨웠다. 소속 당은 달라도 그동안 3명의 지자체장 모두 순천만 생태복원의 가치를 이어 실천했고, 생태계보존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사업설명회대신 사업설득회라고 현수막을 걸게 한 간부직 공무원의 결단도 후일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네 개들이 우체부에게는 짖어도 순천시 공무원에겐 꼬리를 흔들 정도였다고 주민들은 당시 설득 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을 회상한다. 25년의 공직생활을 개발과 보존의 갈등 속에서도 순천만을 자연과 사람에게 돌려주는데 노력해 온 최덕림 국장은 생각하는 공무원이 세상을 바꾼다는 철학으로 행복한 시민을 위해서는 고독한 공직자가 되라고 까지 말한다.

한 사서직 공무원이 추천한 책으로 공무원과 주민이 함께 읽고, 토론한 결과가 순천시 탄생 700년 기념공원을 만들었고, 그의 1000통의 편지가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찰스젱스를 불렀다. 순천국가정원의 랜드마크인 달팽이 정원이 그것이다. “1명의 휠체어가 올라가기 위해서 99명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 낸 달팽이 정원. 순천의 아이들은 이를 배우며 자란다.

한 도시의 동력은 그 도시의 철학, 정체성, 방향을 결정짓는 사회적 인격성에서 비롯된다. 우리 서산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서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그리고 서산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철학은 무엇일까? 그 물음을 통해서 우리는 서산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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