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건립 재검토하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서산시 중앙도서관 조감도
서산시 중앙도서관 조감도

서산시 중앙도서관 건립이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여론이 뜨겁다.

서산시 중앙도서관은 1995년 지어진 서산 시립도서관의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 등을 고려하여 시민들에게 고품질의 복합교육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석남동 호수공원 문화시설용지 5000부지에 건축될 예정이었다. 대략적인 추진 경과를 살펴보자면, 민선 7기부터 건립을 추진하여 20213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고 202111월에 건립사업 설계공모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으며 2412월에 지하 1, 지상 5층의 연면적 7336규모로 완공될 예정이었다.

중앙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석남동 문화시설용지는 그동안 활용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던 부지였다. 서산시는 부지의 용도로 시립미술관, 다목적체육시설 조성사업, 매각에 따른 재원 활용 등을 고민했으나 각각의 활용 방안들은 협소한 부지 면적과 호수공원 인근 주차 불편 등의 문제들로 인하여 철회되었다. 결국 수차례 논의 끝에 석남동 호수공원 부지는 문화시설용지로서 중앙도서관을 설립하고 완공될 때까지 나대지로 호수공원 인근 공용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서산시 중앙도서관 건립 사업은 총사업비 370억 원이 책정(국비12억,도비78억 원 포함)되었고 202111월에 138천만원의 설계비를 책정한 설계공모전을 개최했다. 서산의 중심 녹지인 호수공원과 부지가 닿아 있다는 장점과 현재 부지가 공용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에코브러리를 정체성으로 삼은 공모전에서 ()건축사사무소 에스파스의 설계안,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설계 특징으로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위해 도서관의 문턱을 없애고 주출입구와 부출입구, 2층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도서관 출입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세부 구성으로는 도서관 1층은 키즈존, 어린이 놀이마당으로, 2층은 청소년 놀이터로, 3층은 다양한 강연이나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있는 시민 복합문화공간으로, 4층은 호수공원의 조망을 살려 힐링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5층은 전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에스파스 담당자와 통화한 결과, 202112월에 계약서에 따라 전체 설계용역비 138천만원 중 일부가 지급이 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설계용역은 작년 10월부터 사실상 중지된 상태였다.

 

중앙도서관 건립 재검토하나?

 

시에 따르면 서산시 중앙도서관 건립이 호수공원 문화시설용지로 정해지자 호수공원 근처에 유흥시설 등이 많고 부지 앞 도로가 4차선이라 소음 문제가 심하다며 재검토를 요구하는 민원들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한다. 또한 호수공원 인근은 지금도 주차난이 심각한데 그나마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설 부지에 도서관이 들어서게 된다면 이미 부족한 주차공간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도 있었다.

시민 G호수공원에는 유흥시설들이나 음식점들이 많고 저녁엔 취객들도 돌아다닐뿐더러 부지 앞은 4차선 도로라 차량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나다니는데 도서관이 웬말이냐?”며 입지선정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D공용 주차장이 있어서 그나마 주차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줬는데 도서관이 이곳에 들어서게 된다면 주차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속적인 민원제기와 주차 공간 부족도 문제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2021년 책정했던 370억의 중앙도서관 건립 예산으로는 완공이 힘들다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있었다고 한다. 관계자 A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본래 책정한 예산보다 80~90억 정도가 더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 가격은 공공데이터포털 자료 기준 20232월 톤당 95만원으로 75만원이었던 20212월에 비해 25% 이상 상승했다.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은 20232월 기준 톤당 365달러를 기록하여 20212135달러에 비해 270% 상승했다. 게다가 국내 유연탄은 러시아 의존도가 70%대에 육박한다.

관계자 B내부에서는 시청사가 먼저라는 의견도 많아 먼저 시청사 입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중앙도서관 문제는 차후에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서관 건립 예산이 370억 원(국비12억 도비78억 포함)인데 이미 받은 27억 원(국비 12, 도비 15)은 건축 용도로 받은 것이라 아직 사용하지 않았고 중앙도서관 건립 재검토에 들어가면 국비는 반납할 예정이며 소요된 비용은 시비로 11억이 지출됐다고 덧붙였다.

입지를 변경할 경우 문체부와 기재부의 페널티를 받아 사업비 제한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관계자 C도서관 건립 사업이 지방이양사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앞으로 국비는 받지 못하지만 도비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27억 원은 일단 반납해야 하지만 새로 사업 승인을 받는다고 해서 페널티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

 

도서관의 발전 양상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식의 독점에서 지식을 전파하는 용도로 바뀌어왔다. 과거에 책을 통해 지식을 독점했다면 현재는 모든 이들이 동등하게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의 도서관은 단순히 지식을 널리 퍼뜨리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민들이 책뿐만 아니라 휴식과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시의 Dokk1 도서관은 그 좋은 예에 해당한다. 4층 구조로 건설된 Dokk1은 극장과 지하에 자동 주차 시설이 있으며 곳곳의 놀이시설과 보드게임방, 오픈 워크숍이나 강연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이들을 위한 라운지 등의 부대시설들을 갖추고 있는, 말 그대로의 복합문화시설로 유명하다. 오르후스 시는 33만 정도의 인구수를 지닌, 그리 크지 않은 도시지만 Dokk1의 존재가 랜드마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하루 평균 5천명의 시민이 방문하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서울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마포중앙도서관은 아예 지하 1층에 이마트24, 커피전문점, 다양한 음식점들이 위치해 있고 생활공간과 도서관이 혼용된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서산시의 경우 호수공원 인근은 서산 시민들의 주된 활동 영역일 뿐만 아니라 서산의 가장 핫한 도심지이기도 하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본다면 가장 유동 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 도서관이 건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시민E주차 공간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서산의 중심가에 도서관이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가족들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어른들은 책을 읽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놀 수 있게 된다면 삶의 질도 올라갈 것이라며 호수공원 부지에 도서관 건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건축사사무소 에스파스의 설계도를 보면 5층으로 구성된 도서관은 아이들을 위한 오락공간, 강연과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소, 호수공원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휴식공간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민W지자체장이 달라졌다고 진행 중이던 설계용역도 중단하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일뿐더러 행정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설계용역비 11억 원은 날리고 지원받은 27억은 반납한 채 어느 세월에 또 다시 설계용역을 하고 도서관을 짓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시민M매몰비용이 아깝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바로 멈추고 정비를 하는 것도 용기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시민들의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과정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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