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몇 달전, 어머니에게서 집에 와서 밥 먹고 가라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의정활동을 할 때는 거의 매일 어머니 집에 들렀지만 그만둔 후부터는 방문이 뜸하니 먼저 연락을 하신 거지요.

아뿔싸, 제가 좋아했던 반찬들을 차려 놓고 기다리셨을 우리 어머니. 죄송한 마음에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드리니 수화기 너머로도 아들의 기죽은 모습을 느끼셨나 잠깐 말이 없으셨지요. 저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순간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전해진 어머니의 말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니? 지난날은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아들아 힘내라.” 환갑이 지난 아들을 걱정해주시는 우리 어머니. 우리 엄마! 불효자가 따로 없습니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제 입에서는 얼떨결에 며느리와 산에도 다니고, 운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자식이 그래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우리 서산시민들의 관심사와 미래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제 말에 그제야 어머니가 안심하는 듯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제 나이 벌써 환갑이 지났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숱하게 나눴던 대화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릅니다.

대학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우리 재관이는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생일은 언제이니 꼭 미역국 부탁한다고 일러주고 가신일 들 저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시공부 한다고 무작정 세월을 보낼 때도 당신은 언제나 제 편이셨습니다.

언제나 제 편이셨던 나의 어머니,

그 시절 어머니의 나이보다 훨씬 더 먹은 아들임에도 여전히 어머니께 마음의 그늘을 드리워지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재관이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작년까지만 해도 평소 걸음걸이도 빠르시고, 직접 자전거도 타시며 시장에 다녀올 정도로 건강하셨는데 며칠 전에 본 어머니 모습은 달라서 덜컥 겁이 났습니다. 조금 걸으시고 앉아서 쉬어야 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 가슴에 쿵 하고 바위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글픔이 온몸을 적십니다. 어머니. 제아무리 명성 있는 삶이나 권력, 막강한 경제력을 누렸던들 늙어 가는 것을 그 누가 막겠습니까. 현대의학이 아무리 첨단에 달했던들 질병이나 노화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그래도 어머니, 부디 건강하시길 내내 빌고 또 빕니다. 우리 어머니는 제 마음속에 영원한 영웅이십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어머니의 아들이란 게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2023. 5. 8. 어버이날

임재관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충남지회장(전 서산시의장)
임재관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충남지회장(전 서산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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