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3420일은 제43회를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1981년 유엔에서 세계장애인의 해로 선포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1년 대한민국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그리고 20235, 여전히 장애인식개선에 대해, 사회 안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리에 대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문득 지난해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 일부에는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은 비단 일반 어린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특수장애 아동들에게도 온전히 적용되는 말이다.

서산 유일 장애전문어린이집을 개원했던 당시,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한 한 아이의 귀한 생명이 하늘나라 천사가 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내가 근무하는 이삭특수어린이집은 2005년 초, 이삭특수어린이집은 대장암인지도 모른 체 배를 움켜쥐며 시설사용승인을 받으려 사방으로 뛰어다닌 원장님으로 인해 어렵사리 2005년도에 개원했다.

아름다운 도농복합지역의 평화로운 곳에서 청명한 가을 하늘과 함께 어린이집의 일상이 시작됐다. 자연환경이 그리 훼손되지 않은, 썩 괜찮은 지역에서 아침이면 날마다 고사리들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한바퀴 돌아 산책을 했다.

추수를 하기 위해 바쁘게 몸놀림을 하는 농부의 눈인사와 함께 빨간 고추잠자리들도 어느새 우리들과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도시이면서도 농번기에는 두엄 냄새와 흙내 나는 투박한 전경들이 더없이 정겨웠다.

이런 아름다운 곳이지만 여전히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여 바깥바람을 쏘일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 몸이 불편하여도 뒤뚱이며 마음만 앞선 채 경주하는 어린 꼬마 친구의 뒷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면서 대견했다.

12년 넘도록 일반 보육시설에서 근무한 나로서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갖고 있는 특수어린이들과의 생활은 처음이었다.

어려서 병치레를 유난히 많이했던 나. 성인이 되면서 언제부턴가 장애아동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뼈를 묻는 마음으로 성실히, 최선을 다하리라의지와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60명이 정원이었으나 개원 당시에는 원장님의 급작스러운 수술과 항암치료로 정신이 없었다. 간신히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아동의 수에 불과했다. 1년이 지나면서 겨우 30여 명의 아이들이 맡겨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보육하고 있던 뇌병변 어린 생명이 추운 겨울 끝에 고귀한 생명의 끈을 놓고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눈이 많이 쌓였던 하얀겨울, 벙어리장갑에 눈싸움 한번 신나게 하지 못한 채 떠나간 아이를 애타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 가족들.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좀 더 많은 사랑을 쏟지 못한 아쉬움으로 통한의 가슴을 쳐야 했다. 그렇게 아이는 우리 모두를 남겨두고 자유로운 나라로 떠났다.

아이의 부모님은 신심 깊은 마음으로 슬픔이 가시지 않았을 와중에도 이제 정말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들을 위로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위로하며 헤어졌다.

그동안 늦둥이 아들의 병원 치료비로 인해 살림살이는 기울대로 기울어져 겨우 부엌 딸린 작은 단칸방에서 위로 중학생 두 딸과 아끼고 살아가던 부부였다. 그저 주변머리 없이 위로만 남기고 무능력하게 집으로 돌아온 우리 교사들은 처음 겪는 일 앞에서 한동안은 우울한 마음으로 내색없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일은 내게 특수교육과 함께 치료교육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아이들이 무엇을 표현하고 느끼는지에 대해 겸손한 마음으로, 구체적으로 다가서게 됐을 뿐만 아니라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수용하고, 지지하는 자세로 하루 하루를 만나게 해주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신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럼에도 성숙하지 못한 차별과 편견에 의해 또 다른 사회적 장애를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디 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 개개인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뒷받침이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장애전담보육시설 종사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참고로, 사망 아동은 감기로 결석하던 중 고열로 사망했다. 늘 겨울에는 잦은 고열로 고생하며 출생 후 약 5년간 고생하고 떠났다.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평온하길 기도해 본다.

강혜숙 교사(사회복지법인 서산이삭특수어린이집 )
강혜숙 교사(사회복지법인 서산이삭특수어린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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