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전 서산시대 편집국장
박두웅 전 서산시대 편집국장

이럴 땐 정말 내가 왜 나눔을 했을까 자괴감 마저 들죠.” 한 기부자의 말이다.

푸드뱅크나 푸드마켓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식품을 무료로 지원하는 곳이다. 그런데 무료로 지원 받은 물품이 당근마켓 등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어 기부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경제난 때문인지, 핸드폰으로 쉽게 매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늘어서인지, 이런 행위가 전국적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부쩍 늘고 있다.

1998IMF 경제 위기 당시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결식문제를 해결하기 도입된 푸드뱅크는 저소득층 결식문제를 완화하며 사회안전망 기능을 수행해 왔다. 반면 푸드마켓은 원하는 물품에 선택권이 없었던 푸드뱅크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한 단계 발전한 형태로 편의점 형태의 매장을 구성하여, 본인이 원하는 기부물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푸드마켓은 편의점 형태이다 보니 푸드뱅크와 달리 일반 시중 마켓 수준은 아니더라도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을 무료로 선택할 수 있고, 본인이 필요할 때 방문하여 즉시 물품을 선택할 수 있다.

품목도 다양해 쌀, 라면, 밀가루, 튀김가루, 즉석밥, 분유 등과 다시다, 설탕, 소금, 된장, 고추장, 쌈장, 간장, 식용유, 식초 등 양념류. 그리고 사탕 과자류 등 식료품군과 생리대, 기저귀, 삼푸, 세제, 화장품 등 생활용품. 화장지, 아이들 장난감, 신발, 의류, 인테리어 용품 등 약 200여 가지가 진열되어 있다.

물론 이 모든 품목은 기부로 이루어진다. 아이들 생각에 과자를 사서 기부하는 사람, 끼니를 굶는 이들을 위해 라면과 햇반을 사서 보내는 사람, 한 번도 입지 않은 의류를 기부하는 사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노인용품을 기부하는 사람 등 기부물품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의 마음이 담겨있다.

기부자 중에는 기업도 많다. 충남유통, 서령유통의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제조업체에게 발주하여 신제품을 보내주는 통근 기부를 하고 있고, 한살림 생협에서 보내주는 쌀과 햇밥, 자연드림에서 보내주는 유기농 야채도 있다. 여기에 중앙이나 광역 푸드뱅크에서는 전국단위로 모아 진 유통기한이 짧지만 하자가 없는 식품회사들의 기부물품을 보내준다.

하지만 기부물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감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이들 덕분이다. 행복나눔푸드마켓의 경우 천주교 대전교구 세종충남가톨릭복지회 소속 신부님과 복지사들의 발품으로 이루어진다. 기업체를 방문하여 나눔을 부탁하고, 띠앗축제 등 나눔행사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특히 복지사들은 기부자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뛴다. 10곳 중 한 곳이라도 기부가 결정되면 약속된 일정에 행복나눔마켓 차량이 출동하여 물품을 수령한다. 이처럼 마켓 소속 복지사님들의 땀과 노력이 선한 기부자와 만남으로 매장은 따뜻한 나눔공간으로 채워진다.

푸드마켓은 사실 밑 빠진 독처럼 잠깐 숨을 돌리려 하면 금방 표가 난다. 매일 기부물품이 입고되지 않으면 매장 한 칸 한 칸이 금방 비워진다. 혹여나 매장을 방문하는 대상자가 필요한 물품이 없어 실망할까 노심초사하며 기부자 목록을 자꾸만 매만진다.

푸드마켓을 운영하다보면 복지사들이 마음의 상처를 종종 받는다. 간혹 기부물품에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물품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변질되어 폐기해야 할 것들도 있다. 이럴 경우 일일이 선별하여 비용을 들여 폐기처분한다.

이용자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곳은 가져갈 것도 별로 없네. 다른 마트처럼 과일이랑 육류도 없네요. 더 다양하게 마련해 놔요.” 퉁명스럽게 내밷는 말이 비수처럼 꼿힌다.

맞는 사이즈가 없네. 이것 좀 다음에 올 테니 준비해 놔요.”

복지사들은 이용자 말대로 정육코너도 과일코너도 있으면 좋겠지만 한 보따리 물품을 챙겨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오늘은 비상이 걸렸다. 최근 당근마켓 등에서 기부물품을 판매한다는 신고가 가끔 있었지만 오늘처럼 3건이나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화장품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내놓습니다.”

사이즈가 안 맞아 내놓습니다. 신품입니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명품 고추장입니다.” 등 등 이런저런 거짓 설명이 제품 사진과 함께 올라 와 있다.

가격대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가격보다 대폭 할인해서 올려 놓았다. 대부분 고가에 해당하는 제품들로 당근마켓에서 잘 팔리는 품목들이다. 애당초 재판매를 목적으로 푸드마켓을 이용한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한정된 수량인 기부물품의 특성 때문에 실제 필요한 이들은 기회를 박탈 당한다.

어떤 이용자는 푸드마켓 물품으로 아예 장사에 나선 듯이 상습적이다. 푸드마켓 이용 일자에 맞춰 매물이 모두 등록되어 있다.

상습적이거나 상황이 심각한 일부는 서산시에 보고하고 일부는 당근마켓 판매자를 만나 물품을 회수하고 있고, 사법당국에 신고는 하지 않고 있다. 100%로 매몰차게 하기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복지사 선생님들의 마음도 불편하고, 회수를 당하는 분들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기부물품의 목적외 사용일 경우 향후 푸드마켓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당근마켓 등에 통보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기부물품의 재판매행위는 그 물품이 꼭 필요한 분들의 선택권을 가로채는 일이다. 또 이 행위는 기부자의 배려와 나눔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분은 푸드마켓 물품을 팔아 전기세도 내고, 월세도 내고 생활비로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답변도 있었다. 하지만 푸드마켓은 기부물품을 팔아 돈을 버는 곳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무료로 받았으니 판매금액이 모두 수익이 되는 손쉬운 돈 벌기라 생각할지 몰라도 올바른 일이 아니다. 이웃의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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