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연덕
장연덕  칼럼니스트

노을이 불러 돌아왔습니다. 공기의 냄새가 다른 서울에서 오래오래 머물다보니 해질무렵부터는 노을이 보이지 않아 돌아왔습니다. 하늘의 별자리가 보이지 않는 하늘 밑에서 이게 과연 옳은 자리인지 수없이 번민하다 돌아왔습니다. 아침 안개의 냄새가 그대로이고 바람에 실려오는 습기와 약간 가라앉는 입자들이 공중에서 저를 반겼습니다. 그것을 고향이라고 이름을 붙여보겠습니다.

길이 많이 넓어진 고향입니다. 아파트도 많아졌구요, 사람이 접근하기 참 어려웠던 땅에는 멋진 호수와 공원 그리고 번화가가 새로 조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가 달라졌더군요. 집집마다 감시카메라를 단 모습도 다소 의아스러웠습니다. 옛 관아 좌우에 있던 적산가옥은 사라지고 없었고, 이순신장군 동상도 없어졌습니다. 다른 도시가 되어 있었어요.

사람과 집이 많아지고 길이 넓고 다양해졌습니다. 화학공단이 지근거리에 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사고가 나면 서산의 땅이 울리고 때로는 지진파가 지나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눈비가 많이 내리던 유년기의 기억처럼 여전히 눈비는 황소바람과 함께 내려옵니다. 아주 어릴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국의 해안에서 밀려오는 여러 가지 것들이 섞인 바람입니다. 물론 좋은 것들이 섞인 바람은 아닙니다. 간혹 그것들이 비에 섞여 내리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달이. 그리고 별이, 또 바람이. 마지막엔 노을이 불러서 돌아왔습니다. 한결같은 마을 어른들이 같은 자리에 계셨는데 저는 근심이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어깨위에 한 그릇, 또 두그릇입니다. 묵직한 질그릇이 하나씩 쌓여올라옵니다.

바라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변함이 없는 곳이 되어있을 것.”

이 작은 도시가, 어릴때의 그 자연환경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큰 도시에서 한없이 연약해지던 저의 모든 순간들을 싸안고 돌아온 땅위에, 여러 위험한 원인들이 보여서는 안되겠습니다.

환경소송에서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데이터의 축적그것입니다. 서산은 오염물질의 종류와 시기와 그 양을 측정하기 좋은 인프라를 갖춘 지역입니다. 한반도의 내일을 바로 오늘 준비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것입니다. , “재난상황에서의 대응방안이것을 시뮬레이션을 해보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습니다. 화학공단은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지만 그 위험의 범위, 즉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과 그 범위는 상당합니다. 이 상황에 어떤 대응체계를 미리 갖출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해보고 실험검증해볼 수 있는 환경을 갖췄습니다.

화학공장이 폭발하고, 중국연안에서 오염물질이 넘어오고, 예상강우량을 넘는 비와 눈이 오며, 강풍이 매번 불어오는 곳. 지금의 대한민국의 기술과 경험치가 총동원되어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바탕을 갖췄습니다.

목표는 하나여야 합니다. 고즈넉한 시간이, 울먹하게 올라오는 평화로운 노을이, 따스하게 앉아있던 쑥이 올라오는 언덕이 그대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큰 번영이나 개혁이 아니라, 최소한의 환경이 확보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매일 새로워지는 노력만이 한결같은 매일을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더 밝지만 한결같은 달이 이 도시위에 뜨기를 바랍니다. 혁신과 보존이 함께하기를.


 

달은 수없이 일그러져도 그대로이고

강물은 매번 변해도 흐르는 강은 변함없고

사람은 나고 죽음이 반복됨이 하루살이나 같아라

잘나고 못나고 알고 모르고 그것이

칼로 허공을 베는 것이라

마음을 비우면

이세상 모든 것이 나일러라.

 

-서산보광한약방 성기봉 선생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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