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우려, 출입구가 좁다” 말 바꾼 국립중앙박물관

서산보원사지 고려철불
서산보원사지 고려철불

 

서산 보원사지 고려철불 수덕사 이운이 어렵게 됐다.

보원사 철불 봉안위는 3월 말 성일종 국회의원이 중재한 국립중앙박물관과의 이운회의에서 뜻밖에 고려철불의 훼손이 심각하고 박물관 출입구가 좁아 이운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기념에 맞춰 고려철불을 맞이할 준비를 다 해온 보원사 철불 봉안위와 수덕사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지난 2018년 국민제안과 국정감사 등에서 수덕사 측의 전시시설이 갖춰지면 고려철불 이운이 가능하다고 수차례 답변했다. 이에 따라 수덕사는 성보박물관 확장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유물 상태가 불안전하여 이동 시 수평 미확보로 인한 훼손 가능성이 높다며 이운 불가를 통보했다. 회의에서는 이운을 주장하는 것은 문화재 훼손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박물관 측의 협박성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봉안위 정범스님은 갑자기 한방 크게 얻어 맞은 심정이라며 도대체 국립중앙박물관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앞서 보원사 철불 봉안위는 20208월 국회의원실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질의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서 언급한 기본 원칙에 의거, 철조여래좌상이 출토된 보원사 현지에 보존 및 관리 시설을 갖춘 박물관 등이 건립되면 국립박물관 소장유물 대여 규칙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관리 규정에 따라 요청 시 실사와 협의를 통해 대여 검토가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회의에서 박물관 측이 이운 불가로 제시한 철불의 사진은 2018년 전시품 안전을 위한 소장품 보호대책 강화 때 사진으로 이운이 가능하다는 답변 시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던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역으로 사태가 이 지경이라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재 보존, 관리에 대한 수준을 어찌 믿을 수 있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되찾는 일은 지역의 정신을 바로 세우고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당대 사람들이 공유했던 지역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찾는 일이다.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답다.

서산시는 공립박물관이 없는 몇 안되는 지자체 중 하나로 대부분의 발굴 유물이 타지역에 흩어져 있다. 뜻 있는 시민들의 박물관 유치 노력이 반복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지난 1월 초 그 격을 대폭 낮춰 서산시는 2025년까지 국·도비 등 150억 원을 들여 운산면 보원사지에 1300규모의 방문자센터를 건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문자센터 규모는 2025년까지 총사업비 150억 원(국도비 1275천만 원 포함)을 투입해 서산 운산면 소재 보원사지 사적지 내 유물 박물관 기능을 갖춘 1300규모이다.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서 이뤄지는 개발 행위인 만큼, 방문자센터에 유물전시관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이후에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비 반영 여부에 대한 협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게다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항온항습 기능과 수장고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시설일 경우 주요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영구임대 방식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결국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보원사지 철조여래좌상(고려철불)은 방문자센터가 들어선다고 해도 돌려받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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