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말, 9번째 봉우리가 자기를 넣지 않았다고 운다”

서산팔봉산(361.5m)은 서산시 팔봉면에 있는 높이 362m의 산으로, 하늘과 바다 사이에 놓인 여덟 봉우리가 장관을 이루어 서산9경(서산구경) 중 제4경으로 꼽힌다. 산의 형세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팔봉면 어송리, 양길리, 금학리의 3개 마을에 접하여 솟아 있으며, 인근 9개 마을을 품에 안은 듯 정기있게 솟아 있다.

본시 봉이 9개인데 제일 작은 봉을 제외하고 팔봉산이라 하였고, 매년 12월 말이면 그 작은 봉우리가 자기를 넣지 않았다고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8봉중 가장 높은 곳은 3봉으로 높이가 362m이다. 산세가 수려하며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산세가 절경이며 휴식 및 3시간 정도의 등산코스로 적합하다.

팔봉산에는 운암사지와 정수암지 등이 남아있어 다양한 사찰이 자리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가뭄이 심하면 군수가 산에 올라가 기우제를 지내던 천제단도 남아있다. 마을의 각종 중요행사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62m 낮은 산이지만 기암괴석 즐비

 

팔봉산이 362m 낮은 산이라고 우습게 보았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기암괴석과 암릉, 계단, 로프를 타야 하기 때문에 온몸을 써야한다. 처음 팔봉산을 찾은 이들이 당황하는 이유다.

산행은 보통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1봉과 2봉 사이 갈림길에서 1봉을 올랐다가 2봉 3봉에서 8봉까지 이어진다. 하산은 8봉에서 사태사를 지나 어송리 주차장으로 하거나, 원점으로 되돌아 와도 된다.

3봉과 4봉 사이 우회로를 이용하면 기우제터 운암사지 호랑이굴을 지나 다시 1봉과 2봉 사이 갈림길에서 양길리 주차장으로 하산하게 된다.

양길리 주차장은 평소 등산객이 많고 서산 아라메길 4코스 출발점이라 주차시설과 화장실을 잘 갖춰 놓았다. 마을 할머니들이 감자, 마늘, 늙은 오이, 콩 등을 펼쳐놓고 파는 난전 뒤로는 시원한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초입은 임도를 잘 만들어 놔서 걷기에 편하다. 초입에 서면 허난설헌의 불우한 운명과 천재적 문학성이 교차하는 조선시대 여류시인 오청취당(1704-1732) 시비를 만난다. 오 청취당은 해주 오씨 오기태의 딸로 남편은 한다리 김씨 김한량(1700-1752)이다. 청취당은 당시 스물 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혼인하여 서산군 음암면 유계리에 정착하였으나 두 자식을 낳자마자 잃었고 병고에 시달리다 스물아홉이라는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청취당집>은 조선 후기 한 여성 지식인의 일상과 고뇌, 문학적 성과를 추적 할 수 있는 보고로서 주목받고 있다.

팔봉산은 봄이면 진달래로 유명하다. 뒤늦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매화꽃도 화사하다.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로 들어서자 돌로 만든 거북이가 등산객을 반긴다. 사철 샘이 솟는다는 거북샘이다. 아쉽지만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푯말이 서 있다.

제1봉은 감투봉(노적봉)이다. 뿌리부터 정상까지 거대한 바위가 탑을 쌓듯 하늘로 치솟은 모양이 신비롭다. 이 많은 돌이 대체 어디서 왔을까.

1봉은 생김새가 감투를 닮아 소원을 빌면 부귀영화를 얻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봉에서 바라보면 엿가락을 잘라 붙여놓은 것 같다. 봉우리 꼭대기 너럭바위에 오르면 발아래 풍광이 시원하다. 반대편 능선으로 이어진 2·3봉의 늠름한 자태도 한눈에 잡힌다.

2봉은 힘센 용사의 어깨를 닮아 ‘어깨봉’이라 부른다. 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급경사길을 지나면 철계단이 이어진다. 정상 못미처에 우럭을 빼닮은 우럭바위가 있다. 바위는 바다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서해를 향해 삐죽 머리를 내민 모습이 이채롭다.

옛날 용왕의 심부름을 나온 우럭이 팔봉산 절경에 반해 그만 돌아가지 못하고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한다.

2봉을 넘어서면 헬기장이다. 헬기장 한쪽에는 쉼터용 정자를 세웠다. 잠시 가쁜 숨을 쉬어간다. 2봉에서 정상인 3봉 오르는 구간은 팔봉산 등반의 백미. 바위 사이로 난 길이 좁고 가파르다. 정상은 철계단과 로프 구간을 지난 후 통천굴(용굴)을 통과해 또 다시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야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 직전에 만나는 통천굴은 바위터널이다. 기암절벽 바위 틈새를 비집고 한 사람씩 겨우 지나갈 수 있다. 몸집이 커서 자신이 없다면 굴 옆으로 난 우회로를 이용하면 된다. 굴을 통과해 만나는 철계단도 만만찮다. 계단에 코를 박고 오르자 2개의 암봉이 우뚝하다.

산정은 기암으로 가득하다. 높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아래 풍광도 까마득하다. 북쪽으로 1·2봉과 너른 들판, 가로림만을 끼고 있는 갯벌 풍광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동쪽으로 팔봉산과 지맥으로 연결된 금강산(해발 361m), 남동쪽으로 4~8봉이 가지런히 이어진 모습까지 거칠 게 없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조망이 압권이다.

정상인 3봉에서 바라보는 가로림만은 절경이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날이면 마치 신선이 된 듯 하다.

3봉에서 4봉은 지척이다. 짧은 철계단 하나를 거치면 가볍게 오를 수 있다. 4봉에 오르면 정상에 들어앉은 늠름한 자태의 암릉을 제대로 볼 수 있다. 4봉에서 8봉까지는 평범한 능선길이다. 8봉에서 철탑 방향으로 내려선 후 서태사를 거쳐 대문다리로 이어진다. 팔봉산 종주만으로 성에 차지 않으면 산이고개를 지나 이웃한 금강산과 장군산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산, 들, 바다가 어우러진 서산9경중 4경. 올 봄 진달래가 만발하는 팔봉산 산행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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