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43

할아버지는 소여물로 줄 짚을 썰다가 검지손가락 첫마디를 잃었다. 할아버지의 손가락을 날려버린 것은 작두라고 들었다. 작두의 거대한 칼날 앞에서 사람의 손은 너무나 연약한 존재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농사일을 하며 경운기를 몰다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조금씩 절기 시작했다.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것을 장애라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두 분의 신체가 정상은 아니었으므로 어찌 보면 그것은 넓은 의미의 신체적 장애였다.

그렇다면 정상이란 무엇일까?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마음이 곪을 대로 곪은 사람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관이 아픈 사람도,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과연 정상인 걸까?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작가는 과목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성적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잘할 수 있는 녀석이 반항을 하느라 고의로 일부 과목을 포기한다여기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자신이 경계성 지능장애‘ADHD’ 인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본다. 대학교 봉사동아리에 신입생들이 대거 들어왔다. 그중 얼굴만 아는 후배를 도서관 계단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인사만 하고 가볍게 지나쳤으면 좋았을 텐데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사족을 더하고 말았다. “다리를 다쳤냐, 언제 다쳤냐, 빨리 나아라.”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있었다. 정상의 틀에 갇혀서 남에게 함부로 물어봐선 안 될 말을 해버린 것이다.

실수는 다시 반복되었다. 식사 자리에서 한 번 만난 사람을 밖에서 다시 보았는데 한쪽 발이 불편해 보였다. ‘구두를 신고 있는 걸 보니 발뒤꿈치에 물집이 생긴 게 틀림없어. 밴드를 붙이면 좀 나을 거야.’ 자동으로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치의 악의도 없이, 오히려 선의를 가지고 그에게 발이 아픈지 물었다. 아니라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오자, 불현듯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건지도 몰라.’

쉽게 상대를 정상이라고 선 그어 버리는 행위도 실례가 될 수 있다. 정상,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사람을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개개인을 흑백논리로 규정지을 수는 없단 말이다. 세상은 다양한 소수자들이 알록달록 무늬를 채우는 곳이니까.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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