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잊혀진 수많은 유관순들이 있다

서산출신 여성독립운동가 이옥란, 그녀는 누구였을까?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 카드에 일제감시대상인물로 기록되어 있는 이옥란(李玉蘭).

수형기록카드에 나와 있는 그녀는 앳띤 얼굴이 안쓰럽다. 1937년 당시 23세이며 본적지는 충남 서산군 대산면(大山面) 냉탑리(영탑리의 오타로 보임, 令塔里) 221번지로 나와 있다. 경기도 경찰부에 검거되었을 때 직업은 없고 주거지 또한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카드 부착 사진은 193757일에 형사과에서 촬영되었다.

그녀는 누구이며, 일제는 왜 그녀를 그토록 예의주시했을까.

서대문형무소 전체 수형기록카드를 20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한 결과에 따르면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A, B, C, D그룹), 흥사단(E), 서울계 공산당 재건 및 이화여고 맹휴(G), 조선공산당 재건그룹 관련 노동 학생운동(H, L, M, N, O), 신사참배 거부(R), 국가총동원 거부(T), 공산주의 운동(I)에서 T그룹까지 나뉘어 있고, 그중 이옥란과 이병희, 홍종례, 최경창, 박 온은 P그룹으로 분류된다. 활동내역은 경성노조 및 이재유 관련이다. 그녀는 기소유예로 판결을 받았으며 서대문형무소에는 1937321일부터 715일까지 115일 구금됐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일제가 주목한 그녀의 죄목은 무엇이었을까.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문서(계통도)에 따르면 그녀는 항일노동운동가 조선공산당 재건그룹인 이재유(1905~1944)의 교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공산당(朝鮮共産黨)1925417일 창건된 공산주의 정당이자 독립운동 단체이다. 1928년 일본 제국의 탄압으로 해산되었지만 이재유 그룹, 권영태와 김희성 그룹, 원산의 이주하 그룹, 그리고 이들을 계승한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의 최후 집결체 경성콤그룹이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으로 독립운동을 지속했다.

조선공산당원 및 조선공산당 재건운동 활동가들은 6.10 만세 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과 그 연장선인 경성 여학생 운동 등의 독립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국내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그중 국내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재유그룹의 활동이다. 이재유는 1930년대 한국 공산주의 운동과 노동운동에서 가히 전설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김삼룡, 이현상, 정태식, 이관술, 이금순, 박진홍 등은 1939년 박헌영을 중심으로 결성된 경성콩그룹의 핵심이었고, 해방 후에는 조선공산당의 핵심인물로 활동했다. 1930년대 이 쟁쟁한 지하 혁명가들을 이끈 사람이 바로 이재유였다. 그러나 이들의 지도자였던 이재유는 해방을 1년도 채 안 남긴 19441026일 청주보호교도소에서 옥사했고, 그 때문에 박헌영, 이현상, 김삼룡, 이관술 등과는 달리 오랫동안 잊힌 존재가 되었다.

이재유 그룹의 1기 트로이카 시절에는 안병춘, 이현상, 변홍대 등이 노동운동, 이경선, 최소복, 박진홍, 변우식, 이인행 등이 학생운동 조직을 맡았고, 이재유는 이를 총괄했다.

이들은 소화제사, 경성고무, 조선견직, 종연방직 등 여섯 군데 공장에서 파업을 일으키고 동덕여고 등 7개 중등학교의 동맹휴학과 친일교사 배척 등의 운동을 배후조종 하는 등 경성에 항일운동의 바람을 일으켰다.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은 이재유 그룹으로 산하에 이경선, 변우식, 이인행, 최소복과 연계하여 이옥란으로 계통도를 그렸다.

검사국 문서에 따르면 그녀는 유순희, 김순진, 윤순달, 김복금, 허화정, 김명순, 강혜숙, 황소순, 유복동 등 공장 여공과 교우 관계를 맺고 좌경주의 사상을 연구했으며 조선공산당재건 경성준비그룹, RS협의회 사건 등에 참여하고 자금을 모으고, 공산주의 실천운동에 나섰다.

이처럼 이옥란은 이재유와 함께 조선노동당 재건운동과 노동운동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공산당 재건 사건에 관여한 인물들에 대해 정부의 독립유공자 선정은 어떨까.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8년 조선공산당 책임비서 강달영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하였다. 1977년에는 이재유·이관술과 함께 경성재건그룹 지도부였던 박영출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했다.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3년에는 조선공산당 기관지를 만드는 활동을 했던 최창식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했다. 노태우 정부는 1991년 김준연 등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하였다.

김영삼 정부는 일제하 사회주의운동가에 대해서도 유공자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하고 1993년 임원근 등 조선공산당원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했다.

노무현 정부는 조선공산당의 활동을 독립운동으로 인정했다. 이후 집권여당의 성향에 관계없이 일제강점기 조선공산당의 대부분의 지도자와 수많은 당원이 대한민국의 독립유공자가 되면서 이경선을 포함한 많은 조선공산당, 남조선로동당 당원을 유공자로 지정됐다. 또 윤석열 정부도 김명시 등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했다.

공산주의 사회를 만드는 데 왜 조선의 독립이 필요한가라는 일제 검사의 물음에 독립이 되지 않는다면 공산주의도 필요없다고 독립운동의 당위성을 주장했던 이재유.

이재유와 사상과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여성독립운동가 이옥란. 그녀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박두웅 전)서산시대 편집국장
박두웅 전)서산시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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