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물리를 좋아한다. 그 논리적이고 질서 정연해 보이는 학문체계가 부럽기도 하였다. 내가 읽는 전공 책은 거의 모든 것이 “~ 일 것 같다로 마무리된다. ,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분자생물학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카오스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얘기를 120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읽다 보면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물리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모든 현상을 숨겨져 있던 자연의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고 예측이 가능하다.

물리학에는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의 원인이 그다음 순간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으로 우주가 굴러간다는 거다. 두 방법은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동일한 결과를 주는 두 개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후자에 대해 우주의 '의도'라고 부르고 싶은 것은 신의 존재를 믿는 인간의 본성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난 일을 인간이 해석하는 방법일 뿐이다. 두 경우 모두 세상은 수학으로 굴러간다. 수학에 의도 따위는 없다.”

저자는 물리학의 관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분자생물학과 물리학의 영역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진동이라는 관점에서는 같음을 추구한다. 원자는 끊임없는 진동을 통해서 존재를 드러낸다. 양자역학과 전자기학과 광학에서도.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도, 그 분자로 이루어진 고분자, 고분자로 이루어진 세포소기관도, 소기관들의 집합체인 생명의 최소단위인 세포도, 세포로 구성된 조직도, 조직으로 이루어진 기관도, 기관의 집합체인 기관계도, 그 모든 것의 총합으로서 개체인 인간도 모두 진동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사실 진동으로 인한 떨림으로 세상에 파동을 형성한다. 내 몸에서 생성되는 파동과 사랑하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파동이 보강되고 또 상쇄된다. 그렇게 서로는 서로를 파동으로 느낌을 전달하는 존재이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 공기가 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의 귀까지 전달해준다. 빛은 떨림이다.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 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우리 주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전자기장의 떨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이 책은 물리를 인문학적으로, 마치 시인이 쓴 물리학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물리학 입문서이다. 아니 물리학 입문서라기보다는 물리학 용어 해설서라고 보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이 책을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그의 물리학 설명에는 인문학과 사람에 대한 온기가 느껴진다. 유 시민의 말대로 김상욱에게 배웠다면 물리를 다정하게 대했을 텐데라는 서평은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물리를 싫어할까?

사실 물리는 차갑다. 물리는 지구가 돈다는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이보다 경험에 어긋나는 사실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구는 돌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

그는 에둘러서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많은 사람이 물리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식과 편견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아는 지구는 정지해 있는데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느껴지니까. 그리고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힘을 복잡한 식으로 해결하라는데 또 그들은 그 복잡한 식을 간단한 식이라고 우기고,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 크기의 양성자와 전자의 힘을 설명하면서도 그 힘이 왜 있어야 하는지도 설명하지 못하는 이런저런 이유가 물리 공부를 어렵게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중에는 물리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베이비들이 있다. 난 그들에게 늘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낀다. ‘그대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고 생각하는 이다.

난 이 책을 사우나에 들고 들어갔다. 뜨거운 열탕에 앉아서 2시간 동안 단숨에 다 읽었다. 사실 재미있어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물리를 좋아하는 내게 이렇게 쉬운 물리책은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또 사람 향이 나는 물리학이라니. 미쳤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는 파동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한데, 이를 이중성 혹은 상보성이라고 합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이 혼재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본질이라는 것은 양자역학의 중요한 발견인데 어찌 보면 이는 동양의 오래된 지혜이다.

(중략)

살다 보면 남과 다툴 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 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중략) 진동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현상이다. 공학적으로도 많은 중요한 응용을 갖는다. 따지고 보면 전자공학의 절반 이상은 진동과 관련된다. 이공계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의 대부분이 진동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의 철학과 공명하는 것이 있다. ‘과학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 혹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선입견 없이 객관적이고 재현할 수 있는 물질적 증거에만 기초하여 결론을 내리는 태도 말이다.’이다. 나는 과학은 지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 관점을 공정하게 사용하였으면 하는 윤리적 바램도 함께 바래본다. 사실 세상을 살다 보면 편견과 상식이라는 관성에 몸을 기대고 싶을 때가 많지만 에포케를 선언하고 사물(현상) 자체만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그러한 자세를 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선입견 없이 사람을 대하기는 어렵다. 선입견은 오랜 경험의 축적으로서 형성된 진화의 산물이기에 인간에게 불리한 손해를 줄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책을 다 읽고 탕에서 나오는데 흉터 자국 선연한 내 배를 보고 잠시 얘기를 나누었던 몇 번 인사 나누었던 어느 어르신의 진심 어린 충고가 좋았다.

사우나에서는 그냥 생각을 밀어버려!!!”


책에서 설명한 물리학 개념 몇 개

단진자 운동

사람은 복잡한 진자다!

물론 사람보다 복잡한 진동도 많다. 세상의 모든 진동, 아니 모든 운동을 단진동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대학원 수준의 역학에 가면 '액션-앵글 action-angle 변수'라는 것을 배운다. 이는 모든 운동을 단진동의 조합으로 바꾸는 수학의 마술이다. 이걸 처음 배울 때 느꼈던 충격이 떠오른다. 세상 모든 것은 단진동이구나! 하지만 교과서는 이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불길한 멘트와 함께 끝난다. 이런 방법을 써서 복잡한 문제를 쉬운 문제로 바꿔 푸는 트릭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 뜻하지 않게 답이 무한히 커지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리 이론에서 무한대가 나오면 뭔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의미다. 무한대가 등장하는 곳에 숨어있는 것은 바로 '카오스'. 카오스는 주기가 무한대인 주기 운동이다. 주기가 무한하다는 말은 처음으로 돌아오는 데 무한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니 처음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따라서 주기 운동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100억 년 뒤에 돈을 갚겠다는 말이 갚지 않겠다는 뜻인 것과 마찬가지다.”


전자기력

중력을 일으키는 것은 입자의 '질량'이다. 전자기력은 '전하가 일으킨다. 겨울철, 문고리를 잡을 때 정전기의 충격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은 전하의 존재를 경험한 것이다. 일상에서 전하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전하에는 양(+)과 음(-)의 두 종류가 있는데, 대개 이들이 같은 양만큼 있어 상쇄되어 전하가 없는 중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양(+)의 질량을 상쇄시킬 음(-)의 질량은 존재하지 않기에 질량은 상쇄되는 법이 없다. 질량은 언제나 양(+)의 값을 갖는다. 그래서 중력을 숨길 방법은 없다. 힘은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한다. 입자가 혼자 있을 때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 힘은 상호관계다. 인간 사이의 상호관계는 얼마나 오래 만났는지, 성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힘에서는 입자 사이의 거리가 중요하다. 놀랍게도 중력과 전자기력의 크기는 모두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상전이 현상

상전이는 기체가 액체나 고체로 상이 바뀌는 현상을 말하는데, 통계물리학에 따르면 상전이가 일어나는 순간 물리량들은 무한히 커지거나 불연속이 된다. (중략)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이야말로 일종의 상전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전이가 일어나기 이전과 이후는 같지 않다. 상전이를 경계로 이전과 이후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진동은 차갑지만, 떨림은 설렌다. 진동은 기계적이지만 떨림은 인간적이다.(프롤로그에서)”

만일 고등학교 2학년, 혹은 대학생 자녀가 있으시다면 꼭 추천해줄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강대혁 캡스톤입시학원 대표원장/서산시대 이사
강대혁 캡스톤입시학원 대표원장/서산시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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