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상태로 들어가지 않고 일종의 새로운 야만상태로 몰락해 가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논재와 비슷하지만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이 책은 많은 자료와 경제학 이론을 분석하는 난해한 사회이론서들과는 달리 우리 삶과 이 시대의 근본 문제를 아프도록 정직하게 지적한다.

그는 보르도 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현대사회를 너무 끔찍해서 이성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역사상 극단적으로 낯선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그가 경제불황, 대량 실업, 인구절벽, 청년실업 등으로 우울한 이 시대에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를 주장하는 일리치의 주장은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든 내 일을 할 수 있는 극소수''어디서도 내 일을 할 수 없는 대다수'로 양극화 된 사회에서 생산에 필요한 도구가 직장과 전문화된 사람들에서 얻도록 구조환된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우리는 풍요 속의 빈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즉, ‘가난의 현대화적 존재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를 '현대화된 가난'라고 말한다.

현대화된 가난은 과도한 시장 의존이 어느 한계점을 지나는 순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가난은 산업 생산성이 가져다 준 풍요에 기대어 살면서 삶의 능력이 잘려나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풍요속의 절망이다. 이 가난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창조적으로 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데 필요한 자유와 능력을 빼앗긴다. 그리고 플러그처럼 시장에 꽂혀 평생을 생존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

현대의 이 새로운 무력함은 너무나도 깊이 경험되는 것이라 겉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 시대에는 일상 언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행위를 표현할 때 쓰던 말은 대부분 동사였지만, 이제는 오로지 수동적 소비를 하도록 고안된 상품을 가리키는 명사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예컨대 전에는 무언가를 '배운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학점 취득'이라 말한다. 여기에는 개인과 사회의 자아상에 깊디깊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반영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세계화된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 소비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음식문화와 여행문화, 예술, 영화, 패션 등 세계시장의 중심에 우리는 서 있다. 어떤 문화든지 교환될 수 없는 사용가치가 반드시 그 중심을 차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문화에는 그 정신은 찾기 힘들어졌고 일회성 광고와 대량소비의 부산물들만 거리에 가득하다.

문명화되고 산업화된 사회에서 교육과 정치, 경제는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극소수의 누군가를 위해 전문가를 생산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위해 전문가들을 앞세워 상품의 판매를 한다.

그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대사회의 특징을 살펴보면, 세계는 하나의 혼합물, 필수품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동일화되고 이런 것이 없으면 가난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가령, 전 대통령이 사용해서 유명해진 수세식 화장실이나 여자들의 미백 화장품, 휴대전화, TV 등등.

다음으로 인간 행동들의 천편일률적 획일화를 초래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소시지 같은(핑크플로이드의 더 월 같은) 인간들의 생산을 체제화 시킨다. , 전 세계인들이 모두 학교를 다니고, 비슷한 음악에 열광하고, 동질의 영화와, 동일한 코카콜라와 햄버거에 익숙해진다.

그들은 교양이라는 시설화된 행동과 규범준수를 익히며 같은 욕망과 동일한 꿈을 쫓고 똑같은 상품화 된 자유를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현대 사회의 특징은 과잉전문가 현상의 초래이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어떤 행위를 할 자유를 빼앗기고 있고, 전문가의 승인으로 나온 상품에 인간은 길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의사, 선생, 장례사, 변호사, 행정가, 법무사 등 우리는 서류 한장 쓰는 것 조차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침을 놓는 것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교육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법정에 서서 말을 하는 것도 변호사와 상의 없이는 발언을 할 수 없고 화장품도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무엇이 좋은지 선택할 수 없다.

먼 훗날 우리는 인생의 1/3은 무엇을 처방받아야 할지 배우고, 나머지 2/3는 자신의 습관을 관리하는 저명한 전문가의 고객으로 살았던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인간 능력과 창조적 삶의 회복을 위한 새로운 사회의 전략으로 시장 상품 의존성을 줄이고 절제되고 의식화된 자급적 공동체 사회를 제안한다.

이 책은 어쩌면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을 보는 둣한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이 책에서는 나는 마르크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전문가 집단에 의해 시장 상품으로서의 인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 시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식, 전문가 집단이 어떻게 권력을 작동하는지에 대한 진단 등은 매우 뛰어나다. 이 책은 그의 사회 분석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이 책의 위상은 높이 평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해결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이러한 전문가 사회의 문제들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그 형태는 너무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분별하고 필요를 결정하는 것이 모두 전문가에 의해서만 결정되기에 자유의지는 다만 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의지에 불과한 것이고 이러한 선택에는 자본이 소요되고 이를 충족 시킬 수 없다면 소외의 과정을 격을 수밖에 없다. 가령, 의사가 단순히 병만 치료해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현대 전문가는 자신들이 무엇을 만들지, 누구를 위해 만들지,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한다. 무엇이 좋다고 광고할 뿐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선포한다.

사회적 일탈을 정의하고 치료할 독점권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전문가의 집단은 마치 신학자들이 설교한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의사가 생명공학자로, 선생이 지식 기술자로, 자의사는 사망기술자로 변신한 모습은 직종연합이라기 보다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성직자 집단이라고 본다.

이러한 전문가 사회를 탈피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을 살펴보면 첫째, 공생의 정치를 통해서 사용가치가 있는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자유를 공정하게 분배해야한다, 둘째는 상품은 인간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때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만족스럽게 대신할 수 있다.

이 한계선을 지나 상품 생산이 증가하면 소비자에게 필요를 끼워 넣는 전문가에게만 이익이 되고, 소비자는 조금 더 부자가 된 것 같지만 마음은 늘 현혹되고 충동적으로 된다. 공장에서 찍어낸 레디메이드 상품보다 스스로가 직접 자신이 만들어서 쓰는 공방이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바람직한 일로 보여 진다.

셋째는 공생의 도구가 있는 현대의 자급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천연자원과 도구, 공공시설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나를 쓸모 있게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최선의 대안은 그가 전문가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 끼워 넣는 것을 우리가 결핍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그들이 인간을 불구로 만드는 막강한 힘을 휘두르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말했듯이 최소한의 소비, 공동체적 생산과 소비와 같은 '현명한 소비'를 선택해야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자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다. 옷장 가득한 여자들의 옷들과 신발장을 가득 채운 신발들, 몇 번을 사용했는지 열 손가락으로 헤아려 질 수도 있는 가방들과 수조차 헤아리기 귀찮은 엑서서리들... 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필요'가 현대화될 때마다 가난에는 새로운 차별이 하나씩 더 붙는다고 분석하는 것을 보면. 생존을 위한 소비와 삶을 위한 소비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우리가 전 근대적 사회로 회귀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 주위의 다른 삶에도 관심을 갖고 그들을 인정하는 공동체 사회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그는 20세기의 탁월한 사상가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독보적인 그의 사회분석과 비판도 그의 절망을 어찌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는 사고에 있어서는 지난 세기 비극과 승리의 역사에 자극받았지만 태도와 행동에 있어서는 숨길 수 없는 혼란과 암담함속에서 신부에서 사회운동가로 철학자로 살다가 200276세에 죽음에 이를 때까지 얼굴의 혹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병원을 가지 않고 자연치유(침술, 요가, 자기수양))를 하다가 사망한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인간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전문가 사회를 구축하는데 저항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할 수 있는 시민 불복종을 실천할 수 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헨리 데이비드 쏘로우의 월든의 삶이 동경되는 오후이다.

강대혁 캡스톤입시학원 대표원장/서산시대 이사
강대혁 캡스톤입시학원 대표원장/서산시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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