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52

시골에 없는 초고층 건축물 클러스터. 시골에 살면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곳이 조금씩 낯설어진다.
시골에 없는 초고층 건축물 클러스터. 시골에 살면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곳이 조금씩 낯설어진다.

누군가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일까?

필자에게 있어 서울의 가치는 막연히 '은전 한 닢'이 가지고 싶은 마음과 닮아있다. 요목조목 따지거나 나열할 필요성도 없이 그저 매력적이고 함께 하고픈 그것. 서울은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도 장점인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이 있어서, 포기할 수도 가까이 취하기도 망설여지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다.

필자는 고교 입학시험을 치르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등 시절 친해진 친구들은 소문난 인재이자 손에 꼽히는 우등생이었다. 학교에서 가까워지면서, 공부만 시켜 재미없다고 소문난 학원까지 같이 등록하여 하루의 대부분 시간 동안 어울려 다녔다.

중등 시절부터 시립 도서관 출입을 시작했고, 꽤 열심히 자리를 지키며 부지런히 책장을 넘겼다. 당연하게도 당시의 절친 모두 고교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이루었고, 뒤이어 명망 높은 서울 소재의 대학에 유명 학과로 진학했다. 그리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필자 역시 'in 서울'에 성공하였다.

'수학능력시험'이라는 가슴 떨리는 단판 승부를  앞두고도 서울로 대학을 진학함에는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여 지친 와중에도 자정 뉴스를 시청하며 앵커의 멘트를 뒤따라 읊조렸다. 서울 생활이 시작되면 표준어 구사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대비한 고3의 철저한 준비성이었다.

작은 하숙방부터 시작하여, 내 집 마련까지 달성한 서울. 여러 방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는 혈기 왕성한 시기를 서울에서 보낸 것은 정말 유익한 판단이었다. 만약 출생지 인근의 광역도시로 진학하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어도 그 시기의 나는 서울과 찰떡궁합이었다.

현재, 그토록 아껴 마지않는 서울의 경계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 외곽 살이도 나름의 장점이 차고 넘쳐서 삶을 기대 이상으로 윤택하게 한다. 그런데도 좁은 고시원에 몸을 누일지언정 상경을 결심하는 이주민이 존재한다. 쉽고도 어려운 서울 진입에 대한 고민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

서울 토박이 친구들이 서울 아닌 모든 곳을 시골이라 지칭하던 표현법이 내게로 옮았다. 서울이 아닌 어느 시골에 살면서 극단적으로 성장한 오래된 대도시와 시골이 품은 신도시의 간극을 여실히 느낀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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