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136

올해로 운전경력 20, 이만하면 어디 내놔도 빠지는 경력은 아니건만 그것이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경력자도 도로 위 교통사고에는 예외일 수 없으니까. 그러나 주차장에 고이 세워둔 차에 접촉사고를 낸 일은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 하고많은 자리를 두고 굳이 따닥따닥 차들이 붙어 있는 그곳을 비집고 주차를 하다 사고를 냈으니 내 눈에 뭔가 씌었음이 분명하다. ‘좁은 문을 향한 무의식의 발로였을까.


자동차면허를 취득한 스무 살,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주행 한 번이 실질적인 도로연수의 전부였던 내 손에 자동차 열쇠가 주어졌다. 도로라는 망망대해에서 내가 달릴 줄 아는 길은 집과 학교를 오가는, 오직 그 노선 하나뿐이었다.

도로 표지판조차 간신히 해독하던 왕초보 운전자는 바닥 표시를 읽을 겨를도, 습기가 찰 때 앞유리와 뒷유리 열선을 켜는 방법도, 외기순환과 내기순환을 선택하는 버튼조차 몰랐다. 곁에서 다정히 일러줄 이 하나 없던 내 손 위에 중고차 열쇠가 멋모르고 달랑거렸다.

예상에 없던 비가 내리던 겨울이었다. 사방이 환했으나 뒷유리에 가득 찬 습기가 시야를 가렸다. 굴다리 아래에서 올라와 좌우에서 차가 오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복잡하나 신호가 없는 도로였다. 사고 나기 딱 좋은 곳에서 운전경력 1주일을 못 채우고 그만 교통사고를 냈다.

용감하고 무식하게 2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려던 내 눈에는 1차선의 차가 들어오지 않았다. 휘어진 오르막길에서 좌우 도로의 자동차만 눈으로 좇았기에 바로 옆에 서 있던 자동차는 아웃 오브 마인드였다.

옆 차를 가볍게 들이받았다. 2차선에서 좌회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모르는, 내가 옆 차를 받았는지 상대가 내 차를 받았는지조차 분간 못 하는 백치가 낸 사고였다.

그날 이후 사고를 유발하지 않는 행운을 장기간 누렸다.


세월이 흘러 삼십 대 중반이 되었다. 2세 딸과 문화센터 수업 후 점심을 먹으러 간 날이었다. 먼저 주차하고 운전이 미숙한 지인의 주차를 안내한 후 카시트에서 다은이를 꺼내 안았다. 2층 식당에 올라가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종업원이 차주를 찾으며 창밖을 가리켰다. 밖을 내다보니 웬걸 내 차가 왕복 2차선 도로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주차장에 고이 모셔둔 차가 도로 한복판에 서 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오지랖을 부린다고 급히 주차한 게 사고의 발단이었다. 기어를 중립에 둔 채 시동을 껐을 줄이야. 하필 주차장이 미세하게 경사져 있어 차가 서서히 밀려 내려갔고 이상하게 움직이는 차를 무시하고 달리던 승합차가 간발의 차이로 내 차와 접촉했다. 상대 차주는 놀라 걱정하는 나를 괜찮다며 기다려 주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참견했다.

아줌마가 밥 먹는데 정신 팔려서 주차도 똑바로 안했네.”

내가 남성이었어도 그렇게 말했을까? 여자라고 무시하는 언행이 팔딱이는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다은이가 카시트에 타고 있을 때 차가 움직였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두 번째로 일으킨 접촉사고였다.


이후 몇 년간 무사고였는데 작년 여름과 올해 초, 두 번씩이나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긁고 말았다. 아직 미숙한 걸까. 아니면 자만이 불러온 사고였을까. 상대와 나에게 번거로운 일을 만들어 속상한데 지인들은 액땜했다고 나를 위로했다.

이왕 일어난 일, 그들의 다정한 마음을 병풍 삼아 위안을 얻는다. 액땜 치렀으니 남은 2023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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