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51

설경을 기대하며 소설을 즈음하여 방문한 강원도. 담 넘어 보이는 김유정 문학촌.
설경을 기대하며 소설을 즈음하여 방문한 강원도. 담 넘어 보이는 김유정 문학촌.

'봄이면 씨앗뿌려 여름이면 꽃이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_님과 함께 _남진

벚꽃이 봉우리를 터트리며 축제를 시작하면 곡우를 디데이로 잡고 얼마나 남은 아름다움인지 거슬러 세어본다. 그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는 신통방통함으로 자연이 터트린 폭죽의 화려함이 사그라들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24 절기가 표시된 달력은 지구 사용법을 담은 요약 해설서이다.

자연의 흐름에 기대어 먹거리를 길러내고자 욕심을 내고 보니 태양계에서의 지구 위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비를 중히 여기고 흙이 얼고 녹는 날을 인지하는 것은 물과 땅을 거스를 수 없는 생태계의 일개 구성원임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두 발을 땅에 디디고 서 있는 지구 여행자임에도 오롯이 도킹되지는 못한 기분이다. 여전히 태양계가 빚어내는 큰 리듬을 적극적으로 타지 못하고 있다. 씨앗과 모종을 방생하듯 자연으로 귀의시키는 형국이다. 거의 태초에 가까운 상태로 방목 중이다.

발전 없는 나의 발 밑과 달리, 맞닿은 이웃댁은 철저히 계획적으로 트레이닝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건축행위로 인간의 리듬을 심어 넣어 능력치를 다듬는 이웃이 있다. 재료와 공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시공단계에서 극한의 온도와 강수에 대해 방어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건축공사를 하는 날씨가 어느 정도는 특정되는 편이다. 대략적으로 계절이나 몇 가지 절기에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건축행위가 정해지게 된다.

경량 목구조로 건물을 지으며 장마가 임박한 시기를 택한다던가,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습식 구조방식인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일은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피해야만 한다. 이는 건물의 생명력을 단축하고 상상이상의 번거로움을 자처하는 일이 된다.사실 건축물을 짓고 보양하여 베이크 아웃하는 과정까지 굽어 살핀다면 과연 시기적절한 타이밍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하늘이 도우사 지구를 읽어내며 가드(guard)를 올리고 침착하게 전진하는 공정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외부 기온에 무뎌지게 하는 냉난방 기술력 덕분인지 혹은 지구가 조금 지쳐서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건축업무나 농사짓기와 연관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춥다 덥다를 일러주는 절기에 대해서는 적당히 스킵하고 지내게 되었다.집합주택에 공중부양 한 채 거주하며 땅을 적게 밟고 산다는 것은 지구의 생태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음이 분명하다. 다만, 폭설이 여러 번 예보된 일주일간 이웃댁의 헐벗은 목재 구조체가 온전할는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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