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50

한국건축가협회 건축가학교(SAKIA) 참여중에, 포항 테라노바 프로젝트에 출품한 작품. 호미곶에 인공섬을 띄우고 공항과 호텔 및 기타 공간을 설계하였다.
한국건축가협회 건축가학교(SAKIA) 참여중에, 포항 테라노바 프로젝트에 출품한 작품. 호미곶에 인공섬을 띄우고 공항과 호텔 및 기타 공간을 설계하였다.

해가 낮아지며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담장을 넘어 학교 운동장을 걷고 있다.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 학생들의 움직임과 나의 흔적이 뒤엉켜 있다. 같은 공간을 다른 방법으로 점령하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림자는 자연이 빚어내는 메타버스였다.

메타버스가 대유행의 콘텐츠로 등장하였을 때, 그다지 신선하게 느끼지는 못했다. 그저 특수성을 갖던 영역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로 확장되며 흥미 요소를 가미하여 등장한 형태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건축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3D프로그래밍 툴을 활발하게 이용하였다.

기본적으로 3차원을 실현하는 학문이기에 증강현실·메타버스·가상공간 등에 대한 접근은 공간에 대한 상상력과 맥락이 닮았다. 유명 건축 그룹에서도 다각적 시도로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게임 같은 현실 연계 공간에서 완성도 높은 신비로운 경험을 시시각각 선사하는 중이다.

'무한히 다양한 궁극의 가상 세계'라 소개하는 게임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주의에 싫증을 느끼며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 기조가 등장하였듯, 초호화 그래픽을 자랑하기 바쁘던 게임에서 방향을 크게 틀어 놓았다. 능동적 사고와 입체적인 플레이 하면,, 참가자를 전지전능한 절대자의 위치에까지 이르게 한다. 1999, 충분히 실현 될것 같은 설정에 몸서리치게 소름 돋았던 영화 '매트릭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푸릇함이 뿜어나오던 때에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세상과의 속도전이 만만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명확한 과거형이다. 행여나 뒤처지지는 않을까 하며 마음 졸이는 중임을 부인할 수 없고 이미 몇몇 트렌드는 완전히 놓쳐버린 것 같다. 청년이 소년을 그리워하고, 중년이 청년을 놓지 않으려 하며, 노년이 중년을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순리대로 겪어가는 중인가보다.

진짜 같은 가짜와 가짜 같은 진짜가 난무한다.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속는 것도 속이는 것도 더 이상 잘못이 아닌 것 같다. 다행히도 건축으로 쌓아 본 여러 세계관은 자그마한 용기를 쥐여주었다. 비록 복잡 다양한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그다지 앞장서지는 못할지언정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가 재화와 명예를 쌓아주는 매력적인 시대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너울이 사납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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