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실은/마어마한 일이다.

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뇌에 표상되는 시였다. 이 책을 가장 짧게 정리하라고 한다면 이 시로 대신하고 싶다. 시인의 사람에 대한 태도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은 결국 존엄인데 시인은 존엄을 이미 구현하고 있다. , 존엄하게 산다는 것은 시인이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경외감이 곧 존엄인 것이다.

삶이 밥벌이와 타인의 도구로 전락한 현대적 인간의 삶은 존엄과는 거리가 멀다. 금수저와 흙 수저, 사회적 강자와 약자, 인간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자 하나의 도구로 취급되는 인간은 삶의 허무와 존재의 무력감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의 사회적 부도덕만을 지적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우리가 존엄하게 살 수 없는 현실을 분석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펼치기 위한 대안 교육-까지 매우 논리적이고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신경생물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뇌를 분석하는 세계적인 학자이다. 그는 인간은 뇌의 가소성으로 복잡성을 단순화 시키려는 방향으로의 진화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한 뒤 새로운 가소성을 만들어주는 교육을 통해서 미래 사회를 구성할 인간의 새로운 진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존엄과 자존감을 타인에게도 똑같이 실행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사람을 무시하고 공격하고 폭력을 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은 인간의 뇌가 처한 시간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반응하고 대처하면서 변화하는 성질(가소성)로 인해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이런 가소성의 뇌는 새로운 학습과 적응으로 다시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다고 희망을 얘기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는 동물처럼 제한적인 인지와 사고, 능력만으로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인간은 오히려 구분되는 능력이나 뛰어난 감각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계속 진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 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평생 학습할 수 있는 뇌가 우리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가진 힘과 도구만으로 이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불일치의 상황을 이겨낼 방법도 필요하다.

인간 뇌의 개방적인 특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자극과 선택의 상황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이는 동물들이 먼저 찾고,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학습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동물들도 상위 패턴과 행동 양식의 활성화를 통해 복잡성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127~128)


물고기, , 독수리 등 각 개체에 맞는 특수성과 그에 맞는 신경망을 갖추고 있는 동물과 달리 사회적 뇌를 갖고 있는 인간의 경우 모든 것이 오랜 시간 학습과 훈련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인간은 경험하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일치성을 찾아가고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경험은 바로 타인과의 공존을 통해 얻는 경험임을 강조한다. 사회적 관계로부터 형성되는 스스로의 내적 표상인 존엄을 인식할 수 있는 자들이 타인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사람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인식되는 존엄한 삶의 사회를 갈망하는 우리는 새로운 뇌의 연결 회로 탄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존엄이라는 신경회로가 선택, 진화되는 사회를 희망해 본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관념과 인식의 시작은 결국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복잡하고, 개관하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반드시 따라올 결과였다. 인간의 뇌에는 인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에 대한 관념을 일깨울 수 있는, 더 나아가 일깨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특수한 조건이 있다. 바로 인간 뇌의 거대한 개방성 그리고 그것을 통해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뇌의 가소성이다.p90


개인의 차이를 뛰어넘어, 아니 더 나아가 그 차이 덕분에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관념. 그 어떤 사상이나 종교로도, 윤리 혹은 도덕적 가치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각자의 경험만이 서로 다른 개인을 하나로 엮어주는 공통의 관념이 될 수 있다. 우리 안에 있는 지극히 인간다운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21세기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p107


존엄하지 않은 행동은 단기적으로 볼 때 성공적인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존엄하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무마했기 때문에 발생한 장기적인 문제들이 지금, 21세기에 이르러 더 이상은 간과할 수 없는 비참하고 자기 파괴적인 현실을 낳은 것이다. 바로 이러한 모멸의 시대,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개인의 행복한 삶과 모두의 공존을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지켜줄 관념을 따라가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의 근시안적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진지하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동의 방향성을 찾을 때까지 말이다.p116


우리가 지금까지 파멸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을 열역학 제2법칙의 이론을 토대로 본다면, 인간이 가진 개방성과 자유라는 고유의 특성에 기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일치의 상태들을 진화와 학습, 능력 개발을 통해 일관성의 상태로 변화시키고,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불일치의 상태를 다시 일관성 있는 상태로 바꾸는 데 기여하는 -그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모든 것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강화되고, 고착화된다. p129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때로는 긍정적이고, 또 때로는 부정적인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내적 표상을 만든다. 공존에서 오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며 어떤 모습으로 인간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그에 대한 신념이 생기는 것이다. 이 관념이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될 때, 우리 뇌에는 특별한 내적 표상이 만들어진다. 바로 존엄이라는 표상이다. p132


자기 존엄성을 인식한 사람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성공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광고 전문가들이 들이미는 그 어떤 대리 만족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자기 가치를 확인하려는 욕구에도 시달리지도 않는다. 이미 자신의 존엄을 인식하고 있기에 타인의 존엄을 해치지도 않는다. 이것은 곧 자신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p163


스스로가 신뢰할 만한 내면의 나침반을 발견하고, 이 나침반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는 것. 사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존엄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방향 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 이처럼 자기 존엄성을 인식하는 일은 자유를 향한 첫 번째 단계이자, 자립을 위한 제1막이다. 여자로서 혹은 남자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1막이다. p170


자기 존엄성을 인지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달콤한 말로 하는 유혹이나 타인의 간섭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이들 존재는 광고 전문가들이나 기업들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며, 말만 화려할 뿐 결과는 없는 정치인들의 허황된 약속에 대해서도 견고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p 171


우리는 과연 그들과 얼마나 다른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p175


자기 존엄성을 인식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재산이나 지위, 명예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존엄함이란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 인간이 인간을 위해 책임지는 태도의 문제다. 얼마나 존엄한 관계를 맺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p198


목적의 왕국에서는 모든 것은 가격을 갖거나 존엄성을 갖는다. 가격을 갖는 것은 같은 가격을 갖는 다른 것으로도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가격을 갖기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존엄성을 갖는다.” -이마누엘 칸트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줄 내면의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방향을 잃지 않고 유혹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존엄성을 인식한 사람은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높은 평가나 인정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의 존엄함을 해치지도 않는다. 상대방을 자신의 의도와 평가, 목적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존엄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다. p210

강대혁 캡스톤입시학원 대표원장/서산시대 이사
강대혁 캡스톤입시학원 대표원장/서산시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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