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작가/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
김병민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작가/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

우리는 거의 매일 세탁기를 돌리고 그 과정에서 세제와 대량의 물을 사용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1kg의 의류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약 5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많은 경우 70만 개 가까이 된다. 보통 가정에서 한 번 세탁하는데 들어가는 의류 양을 약 4kg이라고 가정하자. 수도권만 해도 970만 가구(통계청 2021년 기준)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한 번 세탁하는데 194천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전국 가구 수로 보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물론 미세플라스틱의 종착지는 바다이다. 세탁하며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이유는 세탁과정에서 섬유가 마모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대부분 옷은 그 자체가 플라스틱이다. 세탁과정에서 나오는 섬유조각은 아주 작다. 나노미터(nm) 크기의 플라스틱은 이론적으로 회수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양으로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폴리에스터(polyester) 혹은 폴리에스테르라고 불리는 섬유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옷 안쪽에 붙어 있는 태그를 보라. 대부분의 옷이 면과 이 물질의 혼방인 경우이고, 혹은 폴리에스터로만 만들어진 기능성 의류도 많다.

페트(PET)라는 물질은 대부분 병을 만든다고 알고 있다. 오죽하면 국어사전에 페트라는 단어가 없다. ‘페트병이 올바른 표현이라 한다. PET는 석유화학공업 정제과정에서 추출되는 에틸렌(Ethylene)과 파라자일렌(p-Xylene)을 합성해 만든다. 이렇게 만든 물질의 원래 이름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이다.

이 물질을 틀에 넣고 사출해 찍으면 여러 모양의 페트병이 되고 방사기계에 넣어 실을 뽑으면 폴리에스터 섬유가 된다. 이 섬유의 특징은 염색도 쉽고 강도가 좋다. 과거 석유화학공업의 번성기에 꿈의 섬유라 부르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했다. 지금도 엄청난 섬유를 뽑아내고 있다.

물론 의류 제조산업은 인건비 등의 문제로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했다. 한 달 12만 원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선진국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플라스틱을 입고 있는 셈이다.

의류 산업은 보이지 않게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청바지 한 벌 생산에 33kg의 탄소가 배출된다. 내연기관 자동차로 111km를 갈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소모되는 물은 한 사람이 3년간 마시는 물의 양인 2700리터이다. 모든 산업에서 사용하는 물의 20%를 패션업계가 소모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의 10%가 패션업계에서 나온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연간 천억 벌의 의류가 만들어진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이다. 뭐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옷을 다 입을 수는 있는 걸까? 우리는 매일 분리수거를 하며 패트병을 꺼내 놓는다. 이 행위로 지구를 구하는데 참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수거된 페트병의 80%는 재활용된다. 최근 코로나로 SNS나 온라인 사용량이 늘고 온라인 쇼핑몰도 확대됐다.

어느날 옷과 관련된 사이트를 보게되면 인공지능이 지속적으로 옷을 추천해 준다. 그러니까 소비가 추천되는 것이다. 최근 페트병으로 만든 옷이 친환경으로 포장돼 소위 인싸템이 됐다. SNS에 셀카를 올리는 MZ세대들의 특징은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렴한 친환경 의류를 입으며 바다를 청소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구 28위인 우리나라는 헌 옷 수출국 세계 5위이다. 중국이 4위인데 수출량은 비슷하다. 수거함에 넣는 헌 옷의 5%가 국내 유통되고 95%는 개발도상국에 수출된다. 가나,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의류의 40%는 쓰레기로 쌓인다. 그 쓰레기를 위를 염소와 소가 지나며 먹이로 먹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이런 수출업체가 100여 개이다. 그 수출업체당 수거돼 들어오는 의류가 하루 40톤이다. 국민 1인당 의류 구매량 68개이다. 심지어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려지는 옷이 12%이다. 태그도 떼지 않고 포장지에 그대로 있는 옷도 있다.

한 철이 지나면, 유행이 지나면 버려진다. 낡아서 버리는 게 아니라 변심으로 생명을 다한 것이다. 눈앞에 쌓이는 게 보이면 누구나 괴롭고 불편한 걸 안다. 녹색으로 칠해진 의류 수거함에 그 고민과 의식마저 같이 넣는다.

최근 환경과 관련한 학계 연구 화두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종류를 구별하고 얼마나 해로운지 확인하는 일이다. 몸에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은 걱정하면서 그 주범이 우리 자신임은 인식하지 않는다.

페트병은 다시 병으로 탄생해야 업싸이클링이 된다. 의류로 만들어지면 한 번의 재사용으로 생명이 다한다. 소위 다운사이클링이다. 우리가 깨끗해지고 이뻐지면 지구는 더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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