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홍(자유기고가)

서산시 팔봉면에 고파도(古波島)와 구도(舊島)라는 지명이 있다. 고파도는 가로림만 안에 위치한 섬으로 대산읍에 있는 웅도와 더불어 서산시 관내의 몇 안 되는 유인도이다. 그런데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고파도는 실제로 섬이지만 구도는 섬이 아니다. 섬이 아닌 곳에 구도라는 지명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고파도와 구도의 지명유래는 그 기원이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는 무신정권 이후 급속히 국운이 쇠퇴하여 한 두 번의 개혁이 실패로 끝나고 결국 멸망하기에 이르게 된다.

고려말기(공민왕)에 남해 서해 등 해안가를 중심으로 왜구의 침입이 계속되면서 한 때 태안군이 폐군되는 지경에 이르자 태안반도 일원의 방어책으로 일종의 수군 병영인 파지도수(波知島戍)가 지금의 가로림만 안에 있는 고파도에 설치된다.

이 후 파지도수는 조선 태종 시에 지금의 서산시 팔봉면 호리(구도항 부근)로 위치를 옮기게 된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섬에 위치하여 지리적 불편함과 굴포운하* 개착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 된다.

파지도수(波知島戍)의 위치가 팔봉 호리로 옮겨짐에 따라 원래 파지도수가 있었던 곳은 자연스럽게 고파지도수(古波知島戍)가 되며 고파지도수에서 고파도(古波島)라는 지명이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그리고 팔봉면 호리로 옮긴 새로운 파지도수는 다시 조선 정조 때에 지금의 대산읍 화곡리 화곡저수지 아래에 있는 평신진으로 옮겨가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 때 파지도수가 맨처음 고파도라는 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었고 또한 호리로 옮겼던새로운 파지도수도 그 기능이 평신진으로 다시 옮겨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호리의 파지도수는 다시 구파지도수가 되기에 이르며 이 구파지도수에서 구도(舊島)라는 지명이 탄생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즉 시간상의 앞과 뒤를 옛 고(古)자와 옛 구(舊)자로 구분한 것이다.

*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에서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간 지금의 흥인천을 따라서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운하로 뚫어 당시에 항해가 어려운 태안 안흥 앞바다인 안흥량을 피해서 삼남의 세곡미를 안전하게 개성 및 한양으로 운송하고자 굴착을 시도했던 운하로 고려시대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500여 년간 몇 차례에 걸쳐 시도되었으나 결국 실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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