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48

아파트의 반전. 건축은 전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지어지기 전에 완성품을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편이다
아파트의 반전. 건축은 전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지어지기 전에 완성품을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편이다

두 번의 아파트 청약과 입주를 경험하였다. 나름대로 도면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모델하우스도 방문하여 꼼꼼히 살폈다. 그러나 2년여를 상상으로 공들여 지은 집과 실제 사이에는 몇 가지 공극이 있었다.

우선, 같은 평형이지만 평면이 상이하여 'a.b.c' 등으로 유닛 구성을 하는 부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전에 입주했던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겠다. 외부 이미지로 드러나는 파사드 방향에는 도로와 나란히 판상형 매스를 앉혔다. 4bay가 만든 창호의 규칙성을 A형 세대가 여러 번 반복하도록 하여 차곡차곡 가지런히 채워 두었다. 대세는 A형인 듯 하였고, 어쩐지 모를 우세한 평형의 이미지였다

실제로 모델하우스와 안내 책자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다수의 유닛인 A형을 뽐내기 위해 노력했다. B형 혹은 C형은 단지 구성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생겼다는 이미지가 드리웠다. 단지 중간의 '' 형태의 두 동에 B형 세대가 비집고 들어 선 배치도만 보아도 오해가 깊을 만했다. B형 평면에는 아파트에서 흔히 쓰지 않는 사선의 벽체까지 있었고, 배면의 발코니는 이웃과 수직으로 닿아있어 다소 간섭이 있지는 아니할까 염려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로변의 소음을 피하고 차량의 출입구와 빗겨선 가운데 동의 장점을 높이 사기로 했다. 당시에는 꽤 과감하다 인정하면서 실내의 예각을 귀의 평안함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B형을 선택하였는데 결과가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우선은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엘리베이터 홀의 사이즈가 A형 세대보다 2배 이상 넓었다. 게다가 옆집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돌려놓은 동선 또한 고마워 마지않을 혜택받은 설계 아이디어였다. 색다른 설계안이 여분의 공간을 만들어낸 나비효과였으리라.

건축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면 중에 가장 익숙한 것은 평면도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아파트 홍보에서는 유독 더 그러하다. 다만, 각 세대의 내부 평면에 치중한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 공용 부분에 대한 반전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안타깝게도 공동주택이나 상가 분양 정보에서 입면도나 단면도 혹은 동선도 등을 제공하는 사례는 귀한 편이다. 소비자에게 과도한 정보는 선택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일부분은 동의한다. 하지만 1층 주 출입구의 문주를 세우느라 2층 엘리베이터 홀에 해가 들지 않는 것을 보며, 얼굴 모를 이웃의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제아무리 관련 지식이 깊고 상상력이 풍부하더라도, 최소한에 가까운 계획안을 보고서는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겪고 나서야 서브 평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또한, 설계 과정에서 피치 못할 단점이 발생하는 세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단점을 감수할만한 양해나 보상을 병행하여 거주자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돕고 싶다.

http://www.ss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42312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현) 시흥시청 '시흥문화자치연구소'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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