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다은이 생일 맞아 행정복지센터에 기부금을 전달했어요
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28

저소득가정을 위한 농촌사랑상품권 120만 원을 전달한 김다은양
저소득가정을 위한 농촌사랑상품권 120만 원을 전달한 김다은양

20221026일은 다은이의 8번째 생일이다. 이번 생일이 더 특별한 이유는 다은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맞은 첫 생일이고, 그 생일에 5년간 모은 용돈을 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생일 저녁, 간단히 파티를 하고 돼지저금통을 개봉했다. 저금통에는 다은이, 다연이가 채운 천 원, 오천 원, 만 원권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저 돈을 다 모으면 얼마나 될까? 궁금증을 한 아름 안고 돼지저금통 속에 든 지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돼지저금통 개봉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돼지저금통 개봉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저금통은 다은이가 3살 때 남편과 내가 선물해준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자, 아이들과 함께 봉사를 다니자는 말을 하다가 남편이 불쑥 제안했다. 다은이에게 커다란 저금통을 선물하자고. 다은이가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1학년 생일에 기부하자고. 기부할 때 사진을 남겨서 다은이에게 주면 뜻깊을 것이라고.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5년 전에 계획된 일이다.

크고 뚱뚱하니까 아빠 돼지야

여러 문구점을 다녔으나 원하는 크기를 구할 수 없어 결국 인터넷으로 구입한 빨간 색의 커다란 돼지저금통은 언젠가부터 아빠 돼지라고 불렸다. 아빠 돼지는 5년의 세월을 지나오며 조금씩 색이 바랬다. 저금통 윗면에 적힌기부, 20221026일 개봉이라는 글자도 흐릿해져 언젠가 덧칠을 했다. 그 결과 글자는 누구라도 알아볼 만큼 생생했다.

 돼지저금통 색이 바랜 돼지저금통
 돼지저금통 색이 바랜 돼지저금통

저축이나 기부가 뭔지 모를 때부터 지폐를 저금통에 넣는 행위는 다은이의 즐거움이자 놀이였다. 지폐가 생기면 저금통으로 쪼르르 달려가 두 번을 접은 후 퐁당! (친척들에게 받는 용돈은 따로 통장에 입금하고 엄마 아빠에게 받은 용돈만 저금통에 넣었다).

어느덧 2018년에 태어난 다연이까지 합세해 아빠 돼지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제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아빠 돼지가 배부르대라며 함박웃음 짓는 두 딸이 대견했다.

아빠돼지 밥주기 용돈을 넣는 딸들
아빠돼지 밥주기 용돈을 넣는 딸들

종이돈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정확히 117만 원이었다. 3만 원을 보태 120만 원을 만들었다.

저금통에서 나온 지폐들 모두 117만원이었다
저금통에서 나온 지폐들 모두 117만원이었다

행정복지센터에 기부 의사를 밝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여 기부를 하는데 기부 대상과 물품은 기부자가 직접 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은이의 의견에 따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돕기로 했다. 쌀과 라면을 보내고 싶었는데 물품 단가를 알아보고 배송날짜와 시간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 농촌사랑상품권을 기부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120만 원 상당의 5만 원 상품권 24장를 구입하고 24개의 봉투와 스티커를 받았다. 집에 와서 봉투에 상품권을 넣고 스티커로 봉하는 것까지가 우리의 임무였다.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담당자와 기관장이 우리를 반겼다. 약간의 담소 후 전달식을 가졌다. 기념 사진까지 찍었다.

3년 뒤 둘째 다연이의 8살 생일에 다시 그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아빠돼지의 개봉부위를 테이프로 잘 봉인하고 뒷면에 새로운 글자를 적었다. ‘기부, 2025427일 개봉이라는 선명한 글자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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