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23

다은이의 친구 한별이가 햄스터 코코코아를 키우기 시작했다. 한별이에게 햄스터 이야기를 자주 듣고 직접 만나보기도 하자 햄스터에 대한 다은이의 관심과 사랑이 점점 커졌다. 한별이의 엄마인 선영언니에게 햄스터는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까지 살랑살랑 흔들렸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들어주고 싶은 모성애와 나이 들수록 동식물이 점점 더 좋아지는 말랑한 감성이 결합되어 예상치 못한 화학반응이 일어났다. 바빠서 동물을 못 키운다고 단칼에 거절하던 내가, 15살이 되어 다은이가 직접 돌볼 수 있을 때 햄스터를 키우자는 약속으로 말을 바꿨다가, 8월의 어느 날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직접 햄스터를 분양받으러 나서기에 이르렀다. 선영언니의 말대로 소동물인 햄스터는 워킹맘인 내가 돌보기에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처음 우리 집에 데려온 아이들은 사슴 햄스터(로보로브스키) ‘여름이, 가을이였다. 두 마리가 사이좋게 꼭 붙어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선택했는데 여름이와 가을이는 아이들의 부름에 화답하지 않고 재빠르게 도망치며 숨기 바빴다. 촉감으로 교감하기를 원하던 다은이, 다연이는 비닐장갑을 끼고 길고 긴 사투 끝에 겨우 여름이와 가을이를 만져보곤 했는데 그건 딸들에게도, 햄스터에게도 못 할 짓이었다.

결국 소동물 분양소이자 동물원을 운영하는 곳에 여름이, 가을이를 맡겼다(책임지지 못해서 미안해 ㅠㅠ). 동물을 키울 때는 신중한 자세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책임감이 필요한데 우린 확실히 준비가 부족했다.

다시 순한 펄 햄스터 한 마리를 분양받아 진주라고 이름을 지었다. 집에 돌아와 사육장에 진주를 넣어주자 냄새를 맡는 듯 곳곳을 돌아다니며 킁킁대고 핥았다. 영역을 표시하는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그것은 분만을 위한 보금자리를 준비하는 어미의 행동이었다.

진주를 만난 지 이틀 만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은신처 앞에 빨간 덩어리가 있기에 다은이가 건과일을 줬나 생각하고 무심히 바라보았다. 순간 빨간 덩어리가 꼬물거렸다. 햄스터에서 나온 기생충일까? 징그러워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지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세상에! 그것은 곰 젤리를 닮은, 아주 어릴 때 시골집 창고에서 본 적 있는 새끼 쥐와 유사했다. 새끼는 은신처 안에 세 마리가, 모래목욕탕 안에 한 마리가 더 있었다. 진주의 새끼는 총 5마리였다.

호들갑을 떨며 남편과 아이들을 불렀다. 출산 과정에서 죽은 햄스터 한 마리를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꺼내고, 모래목욕탕에 떨어져 있던 새끼는 은신처 안에 넣었다. 신기하고 기특한 마음에 한 시간쯤 사육장 앞을 서성였는데 그것은 불에 기름을 붓듯, 예민한 어미에게 스트레스를 팍팍 들이붓는 행동이었다. 2주간 햄스터를 조용히 두어야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먹이를 듬뿍 제공한 뒤 신문지로 덮어주었다. 그러나 2주 후 확인했을 때 남은 새끼는 겨우 한 마리뿐이었다. 그 아이가 바로 레인보우.

새끼를 숨기려고 뒷발로 편백 베딩을 밀어 은신처 입구를 막던 진주, 털 하나 없이 새빨갛던 몸이 점차 회색으로 바뀌고 보송한 솜털이 나던 레인보우, 젖을 물고 있다가 난데없이 움직인 엄마 때문에 엉뚱한 곳에 떨어져 발버둥 치던 레인보우, 입으로 새끼의 뒷다리를 문 채 안전한 곳으로 질질 끌고 가던 진주와 찍찍 소리내며 끌려가던 레인보우, 작은 몸으로 아장아장 엄마 뒤를 따라다니던 귀여운 레인보우.

생각지도 못한 축복이 우리 집에 발을 들였다. 본의 아니게 햄스터의 출산과 성장과정을 함께하며 진주와 레인보우는 단단한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반려햄! 사랑해~ 고마워~ 소중해~ 축복해~ 행복해~ 예뻐~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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