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44

마르고 닳도록 다닌 인사동. 새로운 골목을 찾게 되어 다시금 신선한 장소성을 부여받았다.

 

발걸음 소리가 담벼락을 울림판 삼아 '자박자박' 울린다. 누군가 뒤따라오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메아리를 들으며 좁은 길을 걷는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저기 어디쯤의 목적지를 향해 감각적으로 발을 내디뎌본다. 익숙한 동네에서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일은 안전하면서도 흥미로운 모험인 양 신이 났다.

도시의 건물은 하나의 큰 형상을 이루고 있다. 인위적으로 생성한 공간은 통행을 위한 간격을 남겨둔다. 땅 위의 다양한 통로는 그 폭이 넓거나 좁음의 차이에 따라 유동 인구나 재화 등이 이동하는 양과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굴곡이나 경사면이 있다면 조금 더 신경 쓰며 다니는 길이 될 것이다.

다양한 건물 사이의 더 다양한 틈새는 대형의 차도부터 골목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태어난다. 넓고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서 정확하고 재빠르며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먼발치가 보이지 않을 만큼 굽이굽이 돌아서 좁은 골목길 위로 빼꼼 보이는 하늘을 잠깐 보며 농땡이 부리며 걷는 방황도 가끔 즐길만한 레파토리이다. 경우의 수는 다양하고 기회비용은 상황에 맞추어 판단하면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로마가 아닌 어디라도 거미줄처럼 연결된 길을 따라갈 수 있으며, 수많은 도착의 방법론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목적지에서 느끼게 되는 경험은 가는 길에서의 체험과도 연계된다. 또한, 같은 길을 지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다.

중요한 회의에 시간 맞춰 가는 길을 감성 부자가 되어 플렉스하며 여유 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일상에서 효율성에만 편중하지 말고, 도시의 모세혈관과 같은 작은 길을 눈여겨보기를 바라본다. 우연찮게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산책 나온 견공이 세상을 탐색하듯 둘러보는 도시 체험을 제안해본다.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은 약간의 긴장감에 힘입어 손쉽게 설렘을 준다. 조금 부유하는 시간은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자신을 발견하는 좋은 건축 답사이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현) 시흥시청 '시흥문화자치연구소'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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