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작가/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
김병민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작가/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기후변화로 인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이 인간에게 한정됐다면 최근 그 범위가 자연까지 확대됐다. 왜냐하면 요즘 들어 나타나는 자연 현상들이 심상치 않음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의 발생은 물론 물의 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과거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로 빈번하게 다가온다. 이런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우리는 온실가스를 지목하고 있지만, 사실 온실가스는 단순히 자동차 하나를 덜 굴린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모든 물질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화학은 마치 세상을 망친 적대적인 학문으로 취급이 되고 있다.

노케미족이라는 신조어는 노(No)와 화학(Chemistry)의 합성어다. 그러니까 화학물질을 거부하거나 덜 쓰려 하는 성향의 집단을 의미한다. 자연적으로 이들은 친환경제품이라는 이름의 천연 제품을 선호하거나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선택을 한다.

인터넷에는 이런 물질과 관련된 각종 정보가 산처럼 쌓여있다. 알고리즘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마치 계몽이 되어가는 듯 보인다. 이런 계몽은 세상을 구하는 선언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EM이다.

 

EM이 무엇인가?

EM(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한 미생물들이란 뜻이며 보통 유익균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세균이다. 세균은 무척 다양하고 각각의 기능도 다르다. 현미경으로 겨우 보일 정도의 크기부터 이 글의 마침표 크기만 한 미생물도 있다.

한 사람의 신체 안에 있는 미생물의 수만 해도 100조 개에 이른다. 물론 거기에는 달갑지 않은 존재도 있다. 대장균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들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금까지 자연과 공생하는 것을 보면 유익한 존재가 더 많은 것이 확실하다.

이런 미생물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초콜릿이나 맥주, 빵도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먹은 음식을 소화조차 하지 못한다. 아니 먹을 음식조차 없었을 것이다. 식물이 물과 이산화탄소, 빛만으로 당을 만든다. 하지만 거기에는 질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질소는 공기 중에 78%나 존재하지만, 번개 정도의 큰 에너지가 아니면 질소를 대기에서 식물로 전달할 수가 없다.

질소 분자를 깨뜨려 질소 원소를 식물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런 질소 고정의 대부분 일도 뿌리혹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이 담당한다. 사실 미생물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놀랍다. 미생물만 잘 활용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일까 EM을 활용한 세제와 제품이 등장하고, 최근 공공기관까지 나서서 EM 배양액을 공급한다. 생활 속에서 사용 방법이나 제조 방법, 효능과 효과를 알려주기도 한다. EM의 활용을 보면 그야말로 일상에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물질로 취급하고 있다.

 

EM의 정체.

EM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EM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EM 균의 효과와 효능을 말하는 지표는 대부분 실험실 조건이다. 그러니까 실험실 환경을 벗어나는 순간 다른 환경은 물론 다른 미생물과도 조우한다. 그러니 효과는 지표처럼 나타나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생물의 활동량은 개체의 크기와 수에 비례한다. 자연현상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가령 떨어진 낙엽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인고의 세월이 걸린다. 그만큼 변화는 오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나는 생물학자는 아니지만, 공학자로서 산업화 제품에 대한 공정 이해도가 있다. 가령 세상을 구할 엄청난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하자. 실제 제품화 공정 과정에서 미생물을 생균 상태로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미생물을 포함하는 대부분 제품은 원물 함유량을 표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용화된 EM 균주의 특이성을 인증해주는 기관조차 없다.

그렇다면 EM은 유사 과학인가? 그렇지는 않다. EM은 생물학이다. 단지 제품이 유사 과학의 수준으로 재현성이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것뿐이다. 정확히 알자. 균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균을 잘 활용한다면 그 대체 효과로 화학제품 사용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한 환경 오염을 줄이는 정도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보자. 일상에서 유해균을 멸균하지 못할 경우에 발생하는 인류사회의 2차 피해는 어떨까. 더 클 수도 있다.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한다고 하면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항생제도 4세대에서 그쳐 있다.

빅팜(Big Pharm)은 돈이 안 되는 항생제보다 백신에 열중한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해 보자. 세상을 구할 좋은 상품이라면 대기업이 이미 시장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왜 대기업에서 EM제품을 만들지 않는지 스스로 질문을 해 보면 답은 금방 얻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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