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시대와 함께 태동, 권력과 자본 배제 소액주주들로 구성
7년 역사 강인한 인상 남기며 서산 언론사에 한 획 그어

▲ 지난 1993년 9월 13일 발행된 주간 새너울 창간호. 기사를 읽어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지역신문도 함께 태동했다. 서산지역에서도 지난 1989년 8월 ‘충서신보’의 첫 태동을 시작으로 중앙지와 지역지가 단편적으로 다루던 지역소식에서 탈피, 심도 있는 서산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산신문, 주간 새너울, 서령신문 등이 서산지역신문의 1세대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주간 새너울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시민주주 형태로 시작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초창기 서산지역신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주간 새너울(1993~1999)의 발자취를 취재해 지역신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 봤다.

 

1993년 창간, 서산지역에 새너울 일으켜

주간 새너울은 지난 1993년 9월 13일 월요일자로 창간호를 발행했다. 창간호는 파블로이드판에 24면을 발행했다. 초대 함일성 발행인으로부터 구한 창간호에는 1면에는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이 기사에는 ‘요즘 지역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지역의 돈은 상당 부분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연필 하나라도 우리 지역에서 사서 씁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은 바로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에 달려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20여 년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지역자본의 외부유출이 요즘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20여 년 전에도 대산지역의 공해는 서산지역사회의 큰 문제였다.

‘우리지역 공해 심각해진다’는 제목의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에서는 대산석유화학공단 지역의 어획량 감소, 농작물 피해, 공해병 등의 피해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로 정유 3사가 지난 3년간 폐수 배출, 악취 발생 등 13건을 적발당해 3천 4백여만 원의 배출부과금을 물은 것과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 어민들의 피해, 가로림만 갯벌의 기능상실 등을 꼬집었다. 또한 하수종말처리시설이 없어 서산시와 홍성군의 생활하수가 그대로 천수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밖에도 해미공군비행장 소음 기준치 초과 예상, 태안 원북화력발전소 발전 문제 등 환경과 관련한 사항들을 심층적으로 다뤄 당시 살아있는 지역소식을 갈구했던 독자들에게 얼마나 큰 반응을 얻었을지 짐작하게 했다.

함일성 발행인은 창간사를 통해 지난 30여 년간의 중앙집권적 권위주의사회에서 국민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무시되고, 지역주민의 소외감이 점점 심화된 점을 지적했다. 이어 지방자치의 역사적 소명을 이루기 위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지역 언론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서산과 태안주민들과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주간 새너울의 창간을 맞아 지역신문에 바라는 점을 밝힌 지역인사들. 

초창기 지역신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여태껏 기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신문에 나오고, 지역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실리는 지역신문의 탄생은 신선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에 의한 시민운동 방식을 택한 주간 새너울의 경우는 지역 내 의식 있는 지식층과 주민들이 결집하면서 4천부가 넘는 발행부수와 900여명의 주주를 보유한 지역정론지로 독자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게 됐다. 7년여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주간 새너울이 서산지역에 남긴 파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시민주주 형태로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는 서산시대의 좋은 역할모델 역할을 하며 시민들의 마음속에 기억되고 있다.

◊주간 새너울 tip - 새너울 신문에서는 연재소설 ‘양대리 갯고랑’을 연재했다.

6.25 시대 주민들이 좌와 우로 나뉘어 만들어 낸 비극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써나갔는데, 소설에 나오는 현존 인물들의 항의로 아쉽게도 중단했다. 이렇듯 주간 새너울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민중적 시각에서 조명하는 것도 언론사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용기 있게 시도하는 지역신문이었다.

 

 

현 시대의 지역언론의 역할

▲ 주간 새너울을 계승해 지역신문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산시대. 시민주주들에 의한 시민이 주인이라는 점이 두 지역신문의 공통점이다.

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와 지식, 사건사고 등을 전달하는 역할은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각 기준에 따라 구분하자면 신문에 실리는 내용에 따라 종합지와 전문지로 나누고, 특정한 독자층을 겨냥하는 것에 따라 여성신문, 어린이 신문 등 특수지로 나뉘기도 한다. 발행형태에 따라서는 일간지, 격일간지, 주간지 등으로 나누는데 지역신문은 대부분 주간지에 속한다. 주로 독자들은 신문 배포 범위에 따라 구분하는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지와 광역지자체 위주의 지방지가 있고,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신문이 지역지에 속한다. 여기서 주간 새너울을 다시 한 번 거론할 필요가 있는데 초창기 척박했던 지역신문의 여건 속에서도 새너울 학생신문을 발행했던 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위 풀뿌리 언론이라 불리는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의 개념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많은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방과 지역에 대한 구분이 중요하다.

언론에서의 지방은 국가가 중심, 특히 서울에 대비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반면 지역은 일정한 지리적 공간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역의 경우 서로간의 평등성을 강조하는데 주간 새너울을 비롯한 지역신문들이 중앙집권적 사회에서의 탈피와 국민의 자발성과 창의성 개발, 더불어 사는 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한 것도 이 지역이라는 테두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1987년의 6 ·29선언과 1988년 제6공화국의 출범 이후 언론 자율화정책의 실시로 빛을 본 지역신문은 예나 지금이나 지역신문다워야 한다는 명제와 싸우고 있다.

초창기 큰 기대 속에 출발했던 지역신문들이 양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점차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한 이유가 어설프게 중앙지 흉내를 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산시대에 글을 기고하는 있는 윤장열 씨는 ‘지역주간신문의 존재 이유’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신문 지면에서 전달되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지역신문을 구독하고 있으며 지역 내 문화 행사에서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지역 신문의 주요 소재인 만큼 전국지에서 볼 수 없는 내 주변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내 이웃의 소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신문다움이란 독자 주변 이야기, 독자의 삶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과 지역민의 소식을 충실히 전달하는 지역신문의 역할에 충실해온 지역언론만이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 대산지역의 공해문제를 다룬 서산시대 기사. 세월이 흘러도 해결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지역사회의 현안이다.

전국지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지역의 감춰진 소식을 캐내어 보도하는 것이 지역언론의 숭고한 역할이고, 존재 이유다.

윤 씨는 이어 ‘서울 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신문 구독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이런 풍토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지역신문의 습관적인 관성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역신문만이 미래를 누릴 수 있다.

나날이 변하는 언론시장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행정위주의 정보 제공에서 탈피, 철저하게 지역화 될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 가야한다. 앞서 이야기 했든 지역민들의 일상생활과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전략 등에서 중앙지를 능가하는 지역신문의 특종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인터뷰 주간 새너울 함일성 초대 발행인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정도를 걷는 지역언론이 지역발전 이끌 수 있어!”

주간 새너울을 창간한 계기는?

사회변혁 운동의 일환으로 90년대 초 서산과 태안지역의 의식 있는 주민들이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다. 지역신문 창간이란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됐다.

주간 새너울은 독자를 계도한다는 교만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소중하게 가꾸어 온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와 철학을 지역 주민 모두와 함께 나누는 일을 담당하는 지역언론이 될 것을 주민들에게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름 부단하게 노력했다.

또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지역언론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했고, 기존의 언론들이 기업적 방식으로 전개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소액주주들에 의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7년이란 시간동안 유지된 신문이었지만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농민과 자영자 등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한편, 지역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공간으로의 역할에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창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지방자치의 태동에 따라 중앙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특색을 찾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열망이 뜨거웠고, 이 힘이 지역신문들을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당시는 중앙집권에서 지방자치로, 소외와 불평등의 권위주의 사회에서 참여와 민주적 합의가 존중되는 평등의 사회, 시민자치 시대로 변화하는 전환기를 맞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새너울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나?

서산과 태안지역을 발전적으로 변화시켜보자는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특히 자본과 권력에서 탈피한 올바른 언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주민들의 참여가 이뤄졌다.

YMCA, 전교조, 환경운동연합, 농민회 등의 시민운동가와 서산의 문인, 학자, 예술가 등이 함께했다.

 

돌이켜 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터넷 매체의 발달에 따른 언론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고, 신문 제작에 필요한 자금의 안정적 수입을 담보하기 위해 상업지를 동시에 발간한 것이 오히려 정론지 발행에만 집중할 수 없는 경영적 어려움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을 함께 했던 900여 주민 주주의 바람을 끝까지 이루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그러나 주간 새너울이 있었음으로 인해 척박한 지역언론의 환경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었고, 후발 지역신문들의 출발에 모델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역신문(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가장 서산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므로 서산의 내밀한 것을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는 신문이 돼야하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신문을 의심하는 눈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주민을 섬기는 순수한 마음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용기 있게 대변할 때 신문은 비로써 신문이 될 수 있다. ‘서산 시대’가 그런 신문임을 믿는다.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정도를 걷는 지역신문이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다. 서산시대를 비롯한 지역신문들이 언론의 소명을 다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역신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함일성 발행인이 밝힌 주간 새너울 창간 동지들

윤철수, 지요하, 전인순, 김신환, 문석호, 김붕환, 남현우, 김경동, 김동성,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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