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병민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저자
김병민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저자

현대인들은 매일 아침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비타민부터 눈건강을 위한 루테인이나 아스타잔틴, 대표적인 미네랄인 아연이나 마그네슘,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뼈 건강을 위해 칼슘을 복용하기도 한다.

옆 채널인 홈쇼핑에서는 시청했던 프로그램에서 권장한 영양제를 판매하고 있었다. 뭔가 거대한 상업적 협업에 의한 저인망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메가3이다.

요즘 웬만한 사람은 rTG라는 용어를 안다. 하지만 그 정체는 잘 모른다. 오메가3라는 용어를 설명하기는 지면이 너무 좁다. rTG도 마찬가지다. 쉽게 말해 오메가3는 지방산 분자의 한 종류다.

우리가 기름 혹은 오일이라고 부르는 지방은 마치 발이 두세 개 달린 해파리처럼 생겼다고 보면 된다. 그 발이 곧게 뻗어 있으면 포화지방산이고 구부러져 있으면 불포화지방산이다. 불포화 지방산은 오메가3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메가6, 오메가9도 있다.

숫자의 수열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홀수이며 3의 배수로 돼 있다. 사실 오메가란 말은 지방산의 끝부분 탄소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방산은 탄소 원자의 긴 사슬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긴 사슬 주변으로 수소가 결합해 있다. 그러니까 숫자는 지방산의 끝부분에서 몇 번째 탄소냐를 말하는 거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금 혼동될 수 있는 것이 사슬의 모양이 꺾이는 부분의 순서다. 대부분 지방산은 9번째부터 꺾인다. 그다음 6번째, 그리고 세 번째 탄소 주변이 꺾인다. 그러니까 끝에서부터 3번째 탄소가 꺾였다면 이미 9, 6번째는 이미 꺾여 있는 셈이다. 혼동되겠지만 숫자가 적은 오메가3는 세 군데가 꺾인 것이다. 아무래도 많이 꺾일수록 잘 쌓이지 않는다.

촘촘하게 쌓을 수 없는 구조가 되면 응고가 되기 쉽지 않은 법이다. 성인들이 가장 주의하는 중성지방은 직선발과 꺾인 발이 섞여 있는 지방이다. 자연에는 이런 것들이 섞여 있다. rTG는 세 발인 지방산이 모두 불포화 지방산이다.

영어로 TG(트라이글리세라이드 triglycerides)인 중성지방은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이 섞여 있다. rTG는 중성지방을 화학반응 공정으로 나머지 포화지방산을 불포화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하나 더 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에서 가장 많은 형태의 오메가3 형태를 취하는 EE형인데 에틸 에스테르 Ethyl ester의 줄임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DHA(docosahexaenoic acid)EPA(eicosapentaenoic acid)도 모두 이 범주에 들어 있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지질이다. 인지질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여기까진 좋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수식어를 참을 수 있다.

방송에서는 식용유·소기름·돼지기름을 놓고 붉은색의 오일을 넣고 휘젓는다. 이런 종류의 녹여버리는 기름 청소부는 우리의 혈관 청소를 연상하게 한다. 마치 기름을 녹여버린다고 하는 청소부가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최근 rTG 오메가3은 멸치나 크기가 작은 생선을 원료로 사용한다.

이유는 아무래도 큰 어류보다 중금속 오염이 덜 됐기 때문이다. 이제 인지질까지 등장하면서 더 작은 어종으로 간다.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등장한 크릴이다. 크릴의 먹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크릴의 대사 과정에서 탄소를 매년 최대 120억 톤을 저장할 수 있다.

크릴을 먹는 커다란 고래 한 마리는 탄소를 약 33톤을 저장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영국 남극 자연환경연구소에 따르면 크릴새우는 연간 최대 2,3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는 영국 전체 가정집의 1년 배출 온실가스와 맞먹는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인간이 크릴오일에 식욕을 드러내며 멸종 수준으로 남획한다. 임신한 대왕고래는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열대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동 거리와 시간만 해도 대략 5,000km와 최대 4개월을 소모하며 다시 친정인 남극에 돌아온 굶주린 어미 고래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식량이다. 마치 산모가 출산 후 미역국이나 영양 보충하듯이손실된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친정으로 돌아온 고래를 맞이할 크릴이 사라지고 있다. 크릴 오일에 들어있다는 아스타잔틴·인지질·오메가3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라. 좋다고 홍보하는 것은 모두 판매와 관련한 이들이 올린 자료들이다.

물론 심혈관 질환과 고지혈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탁월이란 말은 함부로 쓰면 안 된다. 혈행 증가,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면역기능 강화, 항산화, 다이어트, 시력 강화, 피로 해소, 고혈압, 뇌졸중 감소, 뇌기능향상, 치매 및 노화 억제, 이런 만병통치약은 없다.

인류에게 크릴오일이 탁월하게 중요했다면 먹지 않았던 이전 인류에게 문제는 이미 일어났었을 것이다. 각자 먹을 것을 먹자. 남의 밥을 함부로 뺏는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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