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118

1. 작년 12월 말 둘째의 고열로 응급실에 갔다. 치료를 받는 중 아이의 체온은 더 올랐고 급기야 응급실에서 처음으로 열경련을 했다. 폐렴이었다.


2. 몇 달 뒤 둘째의 후두염이 재발했다. 잠을 자던 아이가 거친 호흡 끝에 울면서 깼는데 기침을 컹컹해댔다. 급히 가습기를 틀고 네뷸라이저를 해준 뒤 상비된 감기약을 먹였다. 간신히 울음을 그친 아이의 의식이 갑자기 쳐졌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평소라면 잠이 오나 보다 생각하고 재웠을 것이다. 하지만 열경련 하던 둘째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 불안감이 치솟았다. 눈동자가 뒤집히며 의식이 까무룩 해지는 아이를 여러 번 깨우다가 더는 못 견디고 응급실로 향했다. 공기가 드나들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이의 후두가 좁아져 있는 데다 복부에는 가스가 가득 차 있었다.


3. 여름방학을 앞둔 첫째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상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체온과 대변이 정상이라 단순 식체로 생각하다가 증상이 반복되어 장염을 의심했다. 이틀이 지난 후 구토와 복통이 없고 정상변을 보기에 학교와 줄넘기 학원에 보냈는데 저녁이 되자 배가 아프다며 구토를 여러 번 했다. 다음날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는데 아이가 힘든지 스스로 야간 응급실에 가겠다고 했다. 복부 촬영 결과는 나쁘지 않다는데 같은 증상이 또 반복, 결국 외래에서 초음파를 포함한 각종 검사를 받은 후에야 장간막 임파선염으로 진단받았다.

4. 8월 초 또다시 둘째의 고열이 시작됐다. 무증상이라 동네 소아과에서는 코로나 검사가 전부였다.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는데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다시 무섭게 오르는 추세였다. 다급한 마음에 이전에 다닌 종합병원에 갔다. 외래 접수표를 뽑은 후 아이의 체온을 재는데 그새 열이 더 올라 40.1도를 가리켰다. 벌렁거리는 내 가슴과 열경련을 할지도 모를 아이의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응급실로 내달렸다.

코로나 검사와 엉덩이 해열 주사, 혈액검사와 정맥 주사, 소변검사와 엑스레이 촬영 등 한바탕 태풍이 지나갔다. 고열의 원인은 요로감염으로, 입원을 해야 하지만 병실이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귀가하여 밤새 고열과 씨름하다가 다음날 간신히 입원했다.

불과 8개월 사이에 두 딸에게 일어난 일이다. 맞벌이를 앞두고 등하교, 등하원 문제로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역시나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아이가 아픈 상황이다. 울산광역시에서는 20223월부터 8월까지 아동간병 돌봄서비스를 운영하였다. 정상의 컨디션도 아닌 아픈 아이가 과연 낯선 사람과 얼마나 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제는 이런 제도조차 종료되었다.

보호자가 이런 상황에서조차 휴가를 쓰지 못한다면? 게다가 가족이나 지인의 돌봄조차 기대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최악의 상황에서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게 어딘가 감지덕지할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픈 데다 낯까지 가리는 아이는 보호자와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 울고불고 매달릴지라도. 보호자는 가슴이 메어 눈물 바람으로 출근하고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을 할지라도.

어린 자녀의 육아나 아픈 자녀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휴가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직장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아동수당, 부모수당도 반갑지 않다.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 돈을 받으려고 자녀를 출산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존재하기나 할까.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개인에게 독려해서 개선될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이 우선이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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