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16

입구에 비치되어있는 형형색색의 양산 겸 우산
입구에 비치되어있는 형형색색의 양산 겸 우산
새의 문양이 가득한 앙증맞은 전기자동차
새 문양이 가득한 앙증맞은 전기자동차

여름방학을 맞아 고양이를 키우는 서산 이모네에서 며칠 묵을 계획이었다. 다은이와 다연이는 고양이를 보러 간다는 사실만으로 들떠 있던 참이었다.

언니는 버드랜드에 가자, 해미읍성에 가자, 호수공원에 가자, 웅도에 가자, 삼길포축제에 가자, 낚시를 하자, 보령 해저터널에 가자, 맹꽁이 도서관에 가자, 파충류를 키우는 조카집에 가자며 수많은 계획들을 나열했다. 5일이라는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듯했다.

한편 혼자서 딸들을 데리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행을 앞두고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여행 이틀 전 남편이 다은이에게 물었다.

다은아 서산 가니까 좋아?”

마냥 기대만 하던 다은이가 의외의 대답을 했다.

나 그냥 서산 안갈래.”

다은이의 반응에 놀란 내가 토끼눈을 하고 이유를 물었다. 대답이 가관이었다.

서산 갔다가 산에서 불나면 어떡해.”

하하하하하. 다은아... 우리가 살고 있는 곳도 산이란다. 울산.

오랜만에 방문하는 서산이었다. 11시 반에 출발하여 5시에 도착할 때까지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는 딸들이 연신 얼마나 더 가야 되는지를 물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한 여정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첫날 저녁에는 호수공원에, 이튿날에는 버드랜드에 갔다. 12일로 웅도에 다녀왔고 출발 전날 조카집에 방문했다. 짧고도 긴 56일이었다.


친절한 김종길 소장님과 함께 체험놀이에 빠진 다연이
친절한 김종길 소장님과 함께 체험놀이에 빠진 다연이

-버드랜드-

천수만에 위치한 버드랜드는 언니가 강력 추천한 장소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태양이 이글거리며 내리쬐는 한낮이었다.

더워서 어쩌나 고민하는데 마침 매표소 앞에 있는 양산 겸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을 포함한 7명의 일행이 각자 하나씩 우산을 집어 들었다. 오색찬란한 우산이 자외선을 가려 주니 순식간에 더위가 물러가고 사진을 찍고자 하는 의욕이 치솟았다.

작은 정거장 앞에서 한바탕 사진찍기 대잔치를 치르자 새의 문양이 가득한 앙증맞은 전기자동차가 도착했다. 날씨가 좋으면 걸어도 좋을 거리지만 특별한 자동차가 우리를 맞아 전시관까지 모셔다주니 어쩐지 환영받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어린이는 무료관람이니 요즘같이 노키즈존이 많은 시대에 아이들을 환대해준다는 점에서 살짝 감동이 밀려왔다.

다연이와 다은이는 이 장소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다연이와 다은이는 이 장소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철새전시관에 입장했다. 생태문화 공간답게 전시관 내부에는 살아있는 새가 없는 대신 박제되거나 이미지로 남은 새들이 많았다. 해설사님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지만 안타깝게도 체험 코너에 영혼이 팔린 내 어린 딸들과는 방향과 속도가 달랐다.

천수만 방명록, 나의 철새 날리기, 새 부리 만지기 같은 체험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딸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4D 영상 상영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구름다리 건너에 있는 4D 상영관에서는 언니가 극찬해 마지않던 날아라 부르르가 상영중이었다. 여러 관광지에서 경험했던 4D 영상과 얼마나 다르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버드랜드에서 
버드랜드에서 

소지품을 입구에 두고 들어가라는 안내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영상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는 하늘을 날고, 바람을 느끼고, 들판을 달리고, 도망을 치기도 했다. 때로는 웃음이 절로 났고, 간혹 간담이 서늘했고, 마지막에는 감동이 밀려왔다. 5살 다연이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거지?”, “엄마 내가 진짜 하늘을 날았지?”

둥지전망대에 올라가자 넓은 규모의 버드랜드가 한 눈에 들어왔다. 망원경을 통해 진짜 새를 만날 차례였다. 먼 벌판에서 홀로 쉬고 있는 새가 접안렌즈로 보였다.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가고 혼자 있니?

다은이 손에 앉아있는 나비
다은이 손에 앉아있는 나비

2층 트릭아트 포토존으로 가는데 나비가 실내 유리창 안에 갇혀 퍼덕이고 있었다. 다은이가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했는데 그게 고마웠는지 나비가 바로 날아가지 않고 다은이의 손에 살포시 앉았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자 그제야 날아가던 나비.

일행이 많아 버드랜드에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버드랜드다. 새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철새 보호 역할에 앞장서는 곳인 만큼 배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버드랜드.

다시 한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아이들과 날아라 부르르를 보고 또다시 스릴과 감동을 느끼고 싶다. 그때는 왠지 더 발전해 있을 것만 같은 버드랜드다.

아트트랙에서 다은이
트릭 아트에서 다은이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