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115

자신만의 방식으로 30년을 각자 살아가던 남녀가 만났다. 그들은 싸우고 또 싸웠다. 시간이 지나도 싸움은 종식되지 않았다. 박자가 조금 느려질 뿐. 싸움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도 같다. 싸우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며 싸우고 있는 것 같다.

[빅토리노트]의 저자 이옥선 여사가 팟캐스트 여둘톡에서 말했다. 싸우지 않는 부부의 유형은 두 가지라고. 한쪽이 부단히 참고 있거나 한쪽이 한쪽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남녀의 결혼은 마음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B형 남자는 절대 쉽지 않다. 그는 O형 여자가 쉽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들숨을 조금씩 들이마시다가 한쪽이 더는 못 참겠으면 날숨을 피융~ 하고 내뱉는다. 속엣것이 다 나가도록 비우고 시원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니 불가역적으로 펑! 터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십대 후반에 써클 모임으로 만난 우리가 결혼까지 할 줄이야. 삼십대 초반에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까지 할 줄이야. 우리의 인연은 고무처럼 질기고 질긴 게 분명하다.

우리가 10년 만에 다시 만난 계기는 친구다. 남편의 친한 친구 J와 나의 친한 친구 H, 그 커플 덕분에 옛 친구였던 우리가 재회할 수 있었다. 그 커플이 결혼했고 우리는 더 질긴 테두리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에게는 누나가 한 명 있다. 누나는 나의 고등학교 선배이자 같은 대학교 같은 과 선배다. 남편에게는 매형도 한 명 있다. 매형은 7남매의 늦둥이 막내고 그의 부모님은 당시 70대로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이셨다. 내 상황과 너무도 비슷한 사람이 매형이라니.

내가 모르는 매형 덕분에 내가 아는 남편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내가 그 가족의 일원이 되는 상상이 한결 자연스러웠다. 공교롭게도 그 매형과 나는 생일조차 같다. 생년월일 6자리 중 월일 4자리가 겹친다. 심지어 조카 이름도 내 이름과 비슷한 윤아.

참 이상도 하지. ‘이런 우연이 있나생각하다가 이런 인연이 있나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친구에서 연인이 될 즈음, 남편은 나에게서 후광을 보았다고 했다. 번화한 거리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나오는 내 주변에 밝은 빛이 가득했다고. 그 순간 남편의 눈에 콩깍지가 씐 게 분명하다.

남편과 나는 알고 지낸 시간은 길지만 사실 고등학생 때 드문드문, 대학교 입학 후 몇 번 연락한 게 전부였다. 그랬던 그와 삼십 대에 다시 만나 6개월쯤 친구로, 3개월쯤 연인으로 만났다. 우리가 결혼할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와 정말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게다가 사귄 지 100일째 되는 날 프로포즈를 받을 줄은 몰랐다.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결혼을 염두에 둔 시기에, 마찬가지로 결혼을 염두에 둔 사람을 만났고, 마침맞게 기념일마저 벚꽃이 아름답게 흩날리던 봄날이었다. 그리하여 2013616, 32세의 나이로 우리는 결혼식을 올린다. 그런데 이 616일이 또 특별한 날이다. 시어머니의 생신이 바로 음력 616.

일부러 끼워 맞춘 것도 아닌데 아귀가 척척 들어맞는 게 신기하다. 그리하여 질기고 질긴 결혼의 테두리 안으로 걸어들어온 O형 여자와 B형 남자의 앞날은? 주변인들에게 말한다. 동갑은 많이 싸운다고. B형 남자는 너무 강하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내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나를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 남편인 것을. 내가 힘들 때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설 사람이 남편인 것도.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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