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산책길

7월은 연꽃이 익어가는 계절,

습한 더위를 피해 잠시 들린 곳에서 허드러지게 흔들리는 연꽃무리를 발견했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만큼 고이게 되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없이 쏟아 버린다. 그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거리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리고, 만일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 간직한다면 마침내 잎이 찢어지거나 줄기가 꺾이고 만다는 것을 연잎은 알기 때문이다.


#여름은 자유다

한참동안 연잎을 바라보며 자신을 짓누르는 물방울을 가볍게 비워버리는 연잎처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할지를 아는 그런 나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서정주님의 진흙 속에서 사랑을 꿈꾸는 연꽃 무리란 시가 생각난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조금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건곤일초정

연암 박지원은 연못 한가운데 육각형의 초정을 세워 건곤일초정이라는 현판을 내걸었다는데 현판 이름은 두보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까운 곳에 향교가 있어 향교 유생들이 초정에 들러 시와 학문을 익혔고, 또한 세속을 벗어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정취가 한껏 묻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더위를 피해 잠시 들른 그곳에는 술 취한 취객 여러 명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어 스타일을 완전히 구긴 느낌이다. 초정에 누워 연꽃 향내를 맡았더라면 선비의 기운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걸어 나오며 가당치도 않게 든 생각.

내 차 버리고, 저 넓은 연꽃잎에 바퀴 달아 달리면 어떨까?’

최미향 서산시대 편집국장
최미향 서산시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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