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113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우째 이런 말을! 싶을 때가 많다. 5살이 이런 단어를 알고 있다니, 8살이 이런 말을 하다니 싶어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들의 언어습득과 기억력이 폭발적인 속도로 늘고 있다.

아는 단어가 교묘하게 섞여 재미있는 단어로 탄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때그때 저장을 해놨어야 하는데 한바탕 웃고 교정해주는 것으로 대다수의 기억이 휘발되었다.

1. 다연이는 올해부터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담임 교사가, 오후 1시 이후에는 방과 후 전담 교사가 아이들을 책임진다. 낯선 시스템이라 의아했는데 각각의 선생님들께 부담되지 않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납득하면서 엄마도 적응하고 있을 때쯤, 다연이가 반가워 선생님이야기를 꺼냈다.

반가워 선생님이 무언가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유치원 소속 선생님이나 특별활동 선생님 중 한 명일 텐데 별명이 반가워 선생님일까, 아니면 다연이에게 특별히 반가운 선생님이 있는 건가? 다연이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분은 다름 아닌 방과 후 선생님이었다.

다연아 반가워 선생님이 아니고 방과 후 선생님이야.”

말해주어도

아니야. ‘반가워 선생님이야. 반가워서 반가워 선생님이야.”

라며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다연이. 몇 번 알려주다가 나도 그만 동의하고 말았다. 방과 후 선생님이 낯설지 않고 반가워서 얼마나 다행이야. :)

2. 할머니 생신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외식을 하기로 했다. 며느리에게 생일상을 요구하지 않는 시댁의 문화, 나도 너도 집에서 만들고 차리는 건 힘들고 부담스러우니 외식하자는 말을 자주 하시는 현명한 시어머니가 계셔 여러모로 며느리 역할이 수월하다.

다은이에게 할머니 선물을 만들자고 제안하니 흔쾌히 수락했다. 6장의 색종이를 접은 후 각각의 종이를 맞물리게 이어붙여 꽃모빌을 만들거라고 했다. 종이접기 수업을 듣더니 제법이다. 식탁에서 정교한 종이접기를 진행한 다은이가 다음 단계인 이어붙이기에 앞서 나에게 재료를 주문했다.

엄마 양념테이프 좀 갖다줘.”

다은이에게 양면이란 단어가 생소했을지도 모르겠다. 왜 테이프에 양념이 붙었는지 고민은 했을까? 양념테이프를 찰떡같이 기억한 다은이가 대견하면서도 너무 웃기다. MBTI 유형 중 ISTJ인 엄마는 양면테이프를 찾으러 가면서 기어코 이 말을 뱉는다.

다은아 양념테이프 아니고 양! ! 테이프 가지고 올게.”


3. 초등학생 때 실외에선 고무줄놀이, 콩주머니 던지기, 얼음땡 같은 신체놀이를 주로 하고 실내에선 공기놀이, 빙고게임, 전기놀이 등을 하며 놀았다. 아직도 익숙한 공기놀이를 다은이에게 전수해주고자 일찌감치 문구점에서 공깃돌을 구입했다. 예상과 달리 어린 딸들은 다른 방식으로만 공깃돌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공기라는 쉬운 이름을 두고도 연상되는 다른 이름을 내뱉곤 했다.

엄마 공기청정기 어딨어?”

다은이는 공기보다 음절이 긴 공기청정기라는 단어가 훨씬 익숙한 세대고 지금은 인공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이 도처에 널려있는 시대다.


4. 유부초밥을 먹을 때 밥은 남겨두고 유부만 먹거나, 만두 속은 남겨두고 만두피만 좋아하는 아이들이 우리 집에 있다. 만두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주면 바삭한 밀가루만 갉아먹는 아이들. 만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완두콩을 언급할 때면 그렇게 만두를 외친다.

엄마 나 만두콩 빼고 먹을래.”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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