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11

 한가로운 주말, 필요한 물건이 있다는 남편이 마트에 가자는 말을 꺼낸다. 마트에 가려면 외출 준비가 필요하다. 나 혼자면 간단한 일이겠지만 어린 자녀 둘의 외출준비는 만만치 않다. 우리 집에서 딸들의 외출준비는 엄마의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게 함정이다.

안타깝게도 내 딸들은 엄마가 한번 말하면 벌떡 일어나는 순종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나들이 장소가 마트처럼 아이들에게 딱히 즐거운 곳이 아닐 경우에는 더 심하다. 놀고 있는 아이들을 설득해 씻자, 이 닦자, 옷 갈아입자, 머리 묶자를 여러 번 닦달해야 할 만큼 엉덩이가 무거운 그들이기에 남편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그냥 혼자 갔다 오면 안 돼?”

남자들은 참 이상도 하지. 아니, 내 남편이 이상한 건가? 혼자 여유롭게 쇼핑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는 나의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집에 와이프랑 애들이 있는데 내가 왜 혼자 가? 내가 홀아비도 아니고...”

2019년 기준 1983년생 남성 중 미혼의 비율이 40.6퍼센트다. 혼자 마트에 가느니 차라리 쇼핑을 포기하겠다는 1982년생 남편의 입에서 홀아비란 단어가 나온다. 하하^^

 

[그냥 하지 말라]의 송길영 저자(바이브컴퍼니 부사장)가 말했다. 우리 사회는 1인 사회로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고. 데이터 분석 결과 2013년부터 혼밥이라는 말이 의미 있는 규모로 나왔고 2018년이 되자 39가지로 늘었고 2020년에는 65개가 되었다고. 코로나 시국을 거친 2022년에는 혼자서 하는 일을 표현한 이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나는 혼밥, 혼영, 혼커 같은 게 그럭저럭 할 만하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혼자가 쓸쓸할 때도 있지만 혼자 하는 일이 마냥 꺼려지거나 어렵지만은 않은 이유는 혼자 자란 유년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혼자 컸으니 외동이나 다름없다. 조용하고 소극적이지만 학급 대표를 맡아 선생님의 지시나 심부름을 자주, 혼자서 해내야 했다. 집이 멀어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닌 것도 도움이 됐다. 대학교 땐 같이 놀던 무리가 도서관에 다니지 않아 시험 기간이면 혼자 도서관에 갔고,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는 혼자 밥 먹을 기회가 많았다.

영화도 혼자 볼 때는 영화에 한껏 심취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과 같이 보면 함께 훌쩍이고 키득거리며 각자의 감상을 속닥거릴 수 있어 더 재밌지만. 혼자 하는 것에도 나름의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가까운 누군가가 어디선가 들었다며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란 말을 해줬다. 친구나, 애인, 가족이 있더라도 그들과 모든 것, 모든 시간을 함께 할 수는 없기에 인생은 혼자 가야 하는 거라고. 사람은 사회적 존재인데 어떻게 혼자 가냐고 반문했는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는 내 인생, 혼자 걸어가는 게 맞다.

따로. 또 같이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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