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래 부장
임정래 부장

지난해 생강 노지 수경재배로 호주에서 농부를 하며 한국으로 농자재를 수출하는 호주 농부와 회의를 했다. 한국에는 파프리카, 토마토, 딸기 등의 일부 경제성 품목에 대하여 수경재배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지만, 호주는 많은 농산물에 대하여 심지어 바깥에서조차 수경재배하고 있음을 파악해 볼 수 있었다.

필자는 농업기술원에 해외의 경우처럼 노지 수경재배에 대하여 제안하였지만 결국 농업기술원은 수경재배는 비닐하우스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호주 농부와 대화를 하던 중 그는 한국농업이 망하는 근본 이유는 보조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수경재배의 핵심기술인 양액기와 비료혼합은 호주의 경우 모든 농부가 직접 제조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대신 정부는 농부에게 양액기 제조와 비료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제조기술 대신 양액기 자체를 보조해주기에 양액기 자체의 가격도 고가로 형성이 되어 보조받은 소수의 농민은 기쁘지만, 보조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농가는 고가로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장비업자와 비료업자만 돈을 벌어가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필자는 비료의 경우 해외에서는 단일성분의 비료를 사용하며 작물별로 성장 시기별로 농부가 비료를 혼합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복합비료 또는 작물전용 비료가 많이 팔리는 것을 목격했다.

당장 농협에 가면 감자전용 비료, 고추전용 비료, 뿌리작물 비대제, 영양제 등 많은 비료가 이름을 달리하여 농민의 주머니를 털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작물전용 비료나 비대제는 결국 식물의 성장단계별 필요한 원소들의 배합 비율을 달리하여 만든 것에 불과하지만 대다수 농민은 공부보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용 비료를 구매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골에 살다 보니 관행적으로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과 대화하게 된다. 하지만 요소태, 질산태, 암모니아태 질소를 구분을 못 하고 각 비료의 성분이 작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다 보니 생육 초기에서나 생육후반기에도 지속해서 복합비료만을 고집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농업육성정책마저 대량생산의 대농 위주 정책으로 장비 지원을 위주로 시행하다 보니 규모가 크고 수익이 높을수록 많은 보조금을 타내고, 규모가 낮은 영세농민은 보조금 혜택 없이 육체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보조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나타내는 현실이다.

자치단체의 농업기술센터에는 식물 전문 박사 대신 행정가가 조직을 이끌며 예산배정과 전시성 행정에 치중한다. 그러다 보니 농업기술의 발전은 농민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서산 대표 작물인 생강의 경우에는 저장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저장고의 경우 표준시방서도 존재하지 않고 업체의 자료에 의존한다. 토양 검사의 경우 뿌리작물에 중요한 성장 요소인 토양 입도분석조차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시범사업의 경우에는 어떠한 농민도 연구 결과보고서를 작성치 아니하고 사업 실패 시 미사용자재의 반납 의무 또한 없다. 그러다보니 농민단체나 농민은 지원받기 위한 사업선정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지도기관은 농민에게 연구 결과보고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실패 시 개선 방법을 논의하는 의지 또한 없으니 우리나라의 농업기술 발전은 머나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니 복권사업이 되어버린 형국이라고나 할까.

과거 소련은 군사력에서는 미국과 견줄 수 있는 군사 강국이었으나 농업에서는 미국에 상당히 뒤처져 있어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농업에 많은 투자를 했다. 중국 또한 소련의 농업 실패를 거울삼아 농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기후는 많은 변화를 보여 극심한 가뭄과 극심한 강우로 예측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자치단체나 국가기관이 농부에게 우선으로 지원해야 할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가리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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