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상임대표

지난 3월 31일, 어느 정도 예고는 있었지만 국민들이 듣기에는 다소 어리둥절한 뉴스가 공중파를 통해 전해졌다. 그것은 일본 아베정부가 2년여 간의 치밀한 준비를 거쳐 조선인 등 피압박민족의 무자비한 강제 노동과 학대, 심지어 학살과 죽음이 있는 강제징용시설을 근대산업혁명유산으로 분칠하여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였고, 전문가회의를 거쳐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는 뉴스였다.

우리단체는 즉시 SNS 등을 통해 반대와 저지입장을 발표하고 일제강점기 피해자단체인 일제피해자공제조합,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과 연락을 취해 조직적인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개신교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국회에서 발표하였고, 연이어 정부의 등재 저지 방침 발표와 여야 정당 대변인의 반대 성명 등이 이어졌다. 지금은 국회에서 결의문 ,채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일본 역사교과서가 발행된다는 소식에 우리 국민들은 더욱 경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강제징용시설은 어떤 곳이고 등재를 하면 어떤 문제가 있기에 반대하고 있는가?

지금 아베정부가 추진하는 하시마 탄광, 미쓰비시 조선소, 신일본제철, 나가사키 조선소, 야하타 제철소 등 최소 7곳에서는 조선인 6만여 명을 비롯하여 아시아인들이 강제 징용에 동원되어 학대와 학살 그리고 죽음의 원혼이 서린 곳이다. 오죽하면 ‘하시마’를 ‘지옥도’라 명명하였겠는가. 이러한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의 전초기지를 ‘경제발전의 징표’ 로서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것으로 적반하장도 유분수이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이 될 수 있는 핵심적인 가치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와 진정성(Authenticity)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세계유산등재의 경우와도 배치되는 경우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재에는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고 다시는 이런 반인륜적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참회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고, 독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되었음을 상기할 때 금번 강제징용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작금의 일본 아베정부의 성노예희생자 위안부 존재 불인정, 평화헌법 수정, 역사교과서 왜곡 등 우경화 흐름과 연관된 것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배상과 보상이 없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결단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6월과 7월에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우리정부는 지금과 같은 혼선과 무책임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반대 의지를 모아 반드시 등재 저지를 관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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