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정래서산시대 부장
임 정래 서산시대 부장

 

외국인 회사에 근무할 때 독일 동료와 명함을 나누었다. 한국인들의 명함은 부장, 전무 등 직함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그들의 명함에는 PhD(박사학위)가 자랑스럽게 적혀 있었다. 독일에서는 공학박사에 대단히 큰 의미를 부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학박사 학위취득이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학사과정을 마쳤다. 그 학교의 자료를 보니 의외로 석사과정 진학률이 낮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다수의 동료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을 한다는 것이었다. 장래가 불투명하고 급여가 낮은 연구원보다는 의사면허가 훨씬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에 석사과정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의 선택이며, 부유층에서는 의전이 목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아이에게 현재 박사과정을 하고 있지만 그리 밝은 미래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기술고시를 준비하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었다.

예전의 나를 돌아보면, 당시 나를 유달리 따르며 소주 한 잔 달라고 집에까지 찾아왔던 카이스트 출신 연구원이 있었다. 이 친구는 늘 공학자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이야기하며 나에게 술주정을 해대곤 했다. 그러면서 필자의 아이를 두고 왜 인문계로 보내어 의대에 진학시킬 것이지 과학고를 보내냐. 후회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결국 그 친구는 중국으로 건너갔다.

현 정부에서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으로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은 창조보다는 모방을 통한 기술의 습득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과학은 발달했다고 하지만 한국에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24명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자본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노벨과학상 상금은 1,000만 크로나(14억 원), 과학 강국 독일의 라이프니츠 상의 상금은 약 250만 유로(35억 원), 중국의 국가 최고 기술상 상금은 500만 위안(9억 원)에 이른다.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한국의 노벨상인 젊은 과학자 상금은 5천만 원에 불과하다.

아파트 하나에 5억 원이 상의 이득을 취하는데 누가 어렵게 공부를 할 사람이 있을까? 기업에서는 필요하면 채용하고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해고시켜버리는데 국가마저 과학기술 투자에 참으로 인색하지 않은가?.

말만 잘하고, 사업계획서만 잘 짜도 정부로부터 창업지원, 마을만들기, 농업지원 등 수억 원의 예산을 받아낸다. 컨설팅회사는 20~30%의 이득을 챙겨가고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 그 많은 돈을 낭비한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과학기술 육성에는 아예 관심도 없이 민간의 영역으로 넘겨 버리는 구조이다.

국책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학비를 벌던 큰아이가 필자에게 불평을 했다. 분자분석 결과도 해석 하지 못하고, 더구나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행정직 연구소장의 연봉이 왜 그리 높냐고.

그게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라고 답해 주었다. 식물학박사나 수의사가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장에 임명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기술개발보다는 예산 배정과 정치인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최고의 생존기술이 되어 버린 나라가 된 것이 현실이다.

민간에서는 비행기 조종사가 기장하고 탑승승무원은 보조 역할이다. 공학박사가 Project Manager를 하고 경영분석원이 보조해준다.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반면 국가행정에서는 탑승승무원이 기장하고 조종사가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비행기를 조종한다, 행정직공무원이 Project Manager를 하고 공학박사가 보조한다.

기술발달이 절대 될 수 없는 구조이다

과학기술 발전은 예산의 배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본래의 목적이 우선 되어야 한다. 과학기술마저 정치의 보조로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행정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느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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