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09

꼬마야 꼬마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라는데, 개구리 반찬이라도 좋으니 누가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 오늘 저녁엔 또 무얼 먹어야 하나? 주부들의 끝나지 않는 질문이자 고민이다.

아침엔 있는 국이나 반찬으로, 혹는 우유와 시리얼로, 아니면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누룽지 숭늉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점심엔 유치원과 학교에서 균형 잡힌 식사로 뚝딱!

결국, 저녁이 문제다.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고민은 매한가지. 오늘 저녁은 무엇으로 해결할까?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오후 시간 엄마들은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때로는 공유한다. 저녁거리를 미리 만들어두었거나 메뉴를 정해놓은 날엔 마음이 편하다. 배달을 시켜 먹거나 외식을 할 예정이면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오늘은 아이들이 마치기 전에 미리 밑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감자양파볶음과 연근조림과 들깨가루김치볶음.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반찬 세 가지를 만드는데 씽크대 위는 조리도구들로 야단스럽다. 톳을 넣은 잡곡밥을 전기압력밥솥에 안치고 어제 만든 콩나물국을 미리 팔팔 끓여두었다. 얼추 먹을거리가 준비된 이런 날은 놀이터에서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놀이터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감자, 버섯, 가지와 고기를 최근 구입한 그리들에 올려 지글지글 구워냈다. 어릴 때 보았던 솥뚜껑같이 생긴 오목한 그리들에 튀긴 듯 구워진 재료들이 먹음직스럽다. 상추 위에 각종 구이를 올리고 쌈장까지 더해 쌈을 싸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

너무 빨리 비워진 저녁상이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산딸기를 한 접시 가득 대령하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과 입이 분주하다. 마치 언제 저녁을 먹었냐는 듯. 톡톡 씹히는 특유의 식감과 달콤한 산딸기의 맛에 비로소 식사가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진짜! 식사의 마지막은 설거지다. 아내가 준비를 했으니 마무리는 남편 몫이다. 개수대 가득, 아니 옆의 씽크대 위까지 점령한 설거짓거리가 보인다. 섬찟하는 낌새가 느껴진다.

아마추어처럼 한숨을 내쉬는 행동을 하지 않는 남편은 이미 설거지의 고수다. 아이들 씻기고 재우는 건 나의 몫. 남편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식탁 위를 깔끔하게 갈무리한 나는 다소곳이 행주를 밀어두고 욕실로 떠난다.

아이들 씻기느라 온수에 손을 넣는 나와 대조적으로, 기름때를 닦느라 온수와 씨름한 남편의 손에 땀이 가득 찬 듯하다. 고무장갑을 뒤집어 걸어두는 것으로 설거지를 마무리한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살기 위해 먹고 싶지는 않다. 잘 먹기 위해 더 잘 살고 싶다.

결혼기념일이 임박했다. 더 잘 살고 더 잘 먹기 위해 그날 저녁에는 멋진 레스토랑을 예약하기로 했다. ~ 그날 저녁엔 나도 남이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는다! :)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