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웅의 도시재생을 꿈꾸며-③

한기웅(서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한기웅(서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5년 동안에 전국은 도시재생(都市再生)이란 화두를 중심에 놓고 대도시는 물론, 농어촌소도시에까지 재생전략을 꼼꼼하게 마련하고 현실로 옮기는 작업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특히 구도심을 중심으로 번영과 쇠퇴를 경험한 지역의 많은 문제점을 들춰내고, 새로운 전략으로 옛 영화를 되찾으려는 강한 염원으로 관계자 모두가 열정을 쏟아 온 것이다.

때로는 선한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모두 지역 재생이란 염원은 동일하였기에 서로를 이해하며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이쯤에서 지난 시간을 촘촘하게 되돌아보고, 새로운 재생전략을 만들어가는 일에 전념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너무 규정된 틀에 속박된 채로, 조금 더 새로움으로 전환하는 일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과단성에 지레 겁을 먹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계획들을 실천하며, 안도의 숨을 몰아쉰 것은 아닐런지?

오늘날 인구절벽으로 도시 소멸의 기운이 엄습해 오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재생전략을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도시재생사업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한 발 더 진일보한 지역 활성화 마련을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한다.

도시재생의 출발점은 당연히 지역 쇠퇴의 철저한 원인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 분석을 토대로 명확한 문제점을 들춰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였는지 스스로 짚어보아야 한다.

새로운 정책들을 펼치면서, 전국의 사업들이 비슷비슷하게 추진되어서 차별성은 커녕, 전국이 동일 패턴(Pattern)으로 획일화한 사례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로써 전국 도시의 간판 정비사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전의 우리나라 도시 간판은 문자체, 문자 크기와 색상 등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대·중견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아무리 디자인적으로는 수준이 저급하다고 할지라도 각각 간판의 차별성이 엄연하게 존재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간판정비사업이 완성된 결과는 놀랍게도 전국 대. . 소도시의 간판 분위기(이미지)가 한결같은 획일성으로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회사나 가게의 역사와 특성을 면밀하게 통찰하지 못한 결과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선진국의 고도(故都)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술성이나 디자인적 감각으로는 다소 부족하여도 50, 100년 등의 긴 역사성을 지켜내면서 보존해 오고 있는 각 상점과 기업의 오래된 간판에서 확연한 차별성을 느끼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비약적인 비교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도시재생 성공전략의 첫 번째 열쇠는 정확한 문제(Problem)를 분석해 내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 사업의 유치가 최선의 길이 아니고 보다 근원적인 자기 진단을 토대로 그 지역만의 해결점(Solution)을 제시하려는 전략(戰略)이 재생을 성공시키는 우선 과제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