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래 부장
임정래 부장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낯이 익지만 거북스러운 단어가 있다. 친일, 좌파라는 용어다.

친일이란 일제강점기 당시 본인의 생존 또는 경제적 이득과 권력욕을 위하여 반민족적 친일행각을 했던 자들을 일컫는 것이고, 좌파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의 권력층에 협조하는 자들이 좌익으로 분류되어 사용되는 단어다.

공통점이 있다면 서로 비방하는 친일이나 좌파나 친자본주의 성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자본주의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았기에 친일이나 좌파라는 단어는 국민이 양분되는 것을 부추길 뿐 이제는 혐오의 단어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위정자들이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지 노동 계층이 생존을 위해 일본인 밑에서 부역을 했다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이 두 용어가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세대를 반영한다면 친일과 좌파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싸움일 뿐이다.

또한 좌익이 바로 현재의 북한 정권을 말하는 것도 아닌데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였다 하여 좌익사상 자체가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북한 정권이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좌파 우파를 역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우파는 점진적 개혁파였고, 좌파는 급진적 개혁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좌파와 우파는 개혁을 추구했다는 것이 공통적이었다.

국민의힘을 옹호하는 이들은 자신을 우파라 칭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응원하는 이들을 좌파라 비난한다. 더불어민주당을 옹호하는 이들은 자신을 민주 세력이라 칭하고 국민의힘을 옹호하는 이들을 친일파로 비난한다.

친일은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태였고 현재도 사람들은 자본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좌파라고 비난받는 정치인의 재산을 보면 과연 좌파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본소득이 노동 소득을 앞지르고 부에 의한 교육의 차별화로 교육을 통한 세습이 사회 전반에 자리를 잡으면서 계층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좌파적 개념의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되어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우습게도 대한민국에서 사회보장제도는 우파에서 그 기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성공적으로 도입된 의료보험과 지역보건소의 1차 진료 기관화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준비된 것이고, 국민연금은 노태우 대통령 때 도입되었으니 좌파라고 비난받을 쪽이 뒤바뀐 꼴이 되었다.

실패로 끝났지만 경제적 자유를 제한한 택지소유상한법을 만들고,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한 전두환 대통령의 토지공개념은 어쩌면 아파트 한 채가 백억을 넘는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때 지급되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대표 공약이었다. 대학등록금 동결도 이명박 전무 시절 시작되었으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어찌 보면 좌파적 사상인 보편적 복지의 혜택을 우리는 이미 받고 있는 셈이다.

또 한편에서는 유물론을 공산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유물론은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철학적 개념으로 모든 것의 기초는 물질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유물론이 있었기에 물리학이 발달하고, 화학이 발달하며, 과학기술문명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처럼 사상은 그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상이란 시대적 요구상황에 맞게 사회 속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메커니즘으로 태어나는 것이기에 이용의 방법이 문제일 뿐 사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사상이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균형적 모습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양당지지자들의 패싸움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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