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106

다은이와 아롱이

10년을 함께 한 아롱이가 세상을 떠났다. 이틀 전부터 식음을 전폐하던 아롱이는 사료도 물도 다른 음식도 거부하고, 달고 부드러운 빵조각만 겨우 입에 댔다. 전날에는 이상하게 아롱이 주변에 파리가 꼬여 엄마가 킬라를 뿌리기도 했다는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지 못했다. 그 후로도 영영.

아롱이의 죽음은 노화로 인한 자연사로 추정된다. 아롱이를 묻어준 엄마는 잠긴 목소리로 나에게 가장 먼저 소식을 전했다. 외가에 가면 아롱이를 보느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뒷전인 다은이, 다연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들에게 아롱이의 소식을 알렸다. 다은이가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다연이는 놀란 표정으로 눈물을 참아내는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아롱이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게 기도하자고 했다. 내 입으로 아롱이의 죽음을 말하고 나니 슬픔이 보글보글 차올랐다.

잠시 후 다연이가 외할머니집에 가자고 했다. 외할머니집에 가서 아롱이가 없는지 직접 보겠다고 말하는 다연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다연이를 꼭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위로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아빠 만수가 딸 은기에게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도 아이들에게 말했다.

사람이나 동물은 죽으면 별이 된대. 아롱이는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되었으니 오늘 밤 가장 빛나는 별을 찾아보자. 그게 바로 아롱이별이야.”

다은이와 아롱이
다은이와 아롱이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외가에 갈 채비를 하며 남편에게 전화했다. 아롱이의 죽음에 남편도 놀라는 기색이었다. 남편은 퇴근 후 저녁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우린 그 시간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집을 나서려는데 전화가 왔다. 남편이었다. 친정과 멀지 않은 곳에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있는데 거기서 개를 입양하면 어떨지를 물었다. 좋은 생각이고 말고. 역시 머리를 맞대면 길이 보인다.

엄마를 모시고 찾아간 센터는 도심 외곽에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은 개들이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울타리가 있었지만 시끄럽게 짖으며 날뛰는 모양새가 무서웠다. 그러나 엄마는 망설임 없이 개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허리가 아파 속도는 느렸지만 분주해 보이는 발걸음이었다.

둘러보는 엄마를 불러세워 2층 사무실에 올라갔다가 직원과 동행하여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직원이 개들을 소개하려는데 엄마가 봐놓은 개가 있다며 앞장섰다. 엄마가 손으로 가리키는 개는 얼굴 모양새가 아롱이와 무척이나 닮은 개였다. 색깔은 다르지만 몸의 크기와 얼굴 생김새가 흡사해 형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엄마가 그 아이를 불렀다.

아롱아~ 아롱아~”

그 짧은 시간에 울타리 너머를 스캔하고 아롱이와 닮은 개를 점 찍은 엄마,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아롱이를 보낸 후 엄마의 가슴에 얼마나 큰 구멍이 났을지 짐작된다. 2살쯤 된 새로운 아롱이는 올해 1월에 임신한 상태로 센터에 들어와 새끼를 출산하고 젖을 먹여 키운 암컷이었다. 어미 없는 다른 강아지까지 젖을 물린 순하고 마음 좋은 개지만 입양되지 못해 안락사 예정이었다. 심지어 다음날 안락사 예정이었다니 이것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일까.

직원이 엄마에게 입양해줘서 고맙다고, 복 받을 거라고, 한 생명을 구한 거라고, 수차례 감사를 표했다. 아롱이라는 이름을 얻은 개는 순하고 착했다. 직원이 안고 나오자 꼬리를 흔들며 순순히 우리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전의 아롱이처럼 우리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은이와 아롱이
다은이와 아롱이

서류 작성을 마치고 시골집에 도착한 아롱이는 한동안 낯선 마당을 두리번 두리번 살폈다. 처음엔 겁을 먹어 꼬리를 뒷다리 속으로 쏙 집어넣고 경계했지만 조금 익숙해진 후에는 사료를 배불리 먹고 쾌변도 했다. 다은다연이는 겁 없이 아롱이를 쓰다듬으며 빠르게 정을 주고받았고, 마당에 남겨진 아롱이는 우리가 보이지 않으면 우리를 부르는 것처럼 가끔 짖었다.

오늘 세상을 떠난 아롱아 안녕, 잘 가.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마웠고 헤어져서 너무 아쉬워. 하늘에서는 더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라.

오늘 가족이 된 아롱아 안녕, 반가워. 앞으로 우리 가족들과 건강하고 사이좋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환영한다 아롱아.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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